대구문학관이 친일작가 학습장으로 전락했다. 대구문학관의 일부 전시자료가 친일작가들을 무분별하게 소개하고 있는 탓이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지난달 30일 대구시 향촌동 산업은행 자리에 총 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향촌문화관과 대구문학관을 건립·운영하고 있다. 대구문학관에 친일파로 최초의 신체시를 쓴 최남선의 ‘백팔번뇌’와 김억의 ‘오뇌의 무도’, 정비석의 ‘자유부인’ 그리고 여류 소설가 장덕조와 최정희의 사진 등을 전시, 소개해 여론 도마에 올랐다. 시민들은 ‘역사의식 부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억 친일 문예조직 간부김억은 일제 강점기 제2차 세계 대전 중 전사한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죽음을 애도한 ‘아아 야마모토 원수’(1943) 등 6편의 친일성향의 작품을 남겼으며 친일 문예조직인 조선문인협회, 조선문인보국회 간부 등을 지냈다. 친일 문학인 42인 명단(2002년 발표)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예정자 명단(2008년)에도 거명,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2009년)에도 포함된 바 있다. ▣ 최정희 친일반민족행위 명단 포함대구문학관 입구 초입에선 ‘최정희 소설가 왕학수 교수’라는 사진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최정희(소설가): 대구가 아니었던들 각박한 피란살이를 어떻게 지냈을까”란 전자문구도 눈에 띈다. 최정희 역시 친일반민족행위 704인 명단(2009년)에 포함돼 있다. ‘야국초’, ‘징용열차’ 등 14편의 친일 소설에서 ‘내선일체’ 사상과 일본의 전쟁 논리를 자신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가족보다는 국가인 일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선전했다. ‘징용열차’에선 “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일본을 위해 싸워야 하고, 일본이 패하면 백성인 조선인은 개, 돼지 정도의 구실을 할 뿐”이라며 전쟁터로 나갈 것을 주창했다. ▣민족작가 친일작가 한솥밥?대구문학관 ‘명예의 전당’엔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하자 가슴에 일장기를 지워 없애고 보도해 구속 기소된 현진건과 함께 민족저항시인 이상화 선생이 소개되고 있다. 총독부 관리로 취직하라는 중추원 참의인 아버지의 지시를 거역해 ‘버린 자식’이 됐다는 이장희도 명예의 전당에 올려져있다. 관람객 김모양(22·대학생)은 “민족작가와 친일작가가 한 공간에서 변별 의식 없이 버젓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일침을 놨다.또 그는 “대구문학관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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