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찬 바람에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 돌아 왔다. 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서민음식‘국밥’ 오랜시간 우리와 함께 한‘국밥’오늘은 그 맛있는 국밥집을 돌아본다. 대구 지방의 오래된 따로국밥 집이 대략 70∼80년 정도의 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이들이 대체적으로 1930∼40년대에 시장 통에서 문을 열었음을 의미한다.  따로 국밥의 역사는 조선시대부터 내려 온다 조선시대 내내 쇠고기는 금육(禁肉)이었다. 그러나 쇠고기에 대한 열망 역시 끊임없었다. 양반들이나 더러는 왕족들까지 몰래 소를 도살하고 먹었다. 금지된 고기는 더 맛있는 법이다. 서슬이 시퍼렇던 조선초기에도 불법적으로 소를 도살하고 또 먹었다.왕조가 무너지고 그나마 편하게 고기를 먹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개 대신 소를 선택했다. 쇠고기는 개고기보다 우위에 있다. 결국 `쇠고기로 끓인 개장국 같은 음식`이 육개장(따로국밥)이다.△`육개장의 도시` 대구에서 처음 생긴 `따로국밥`이란 명칭에 대한 이론은 분분하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밥 따로 국 따로 주었기 때문에` 따로국밥이라고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과 밥을 한 그릇에 말아서 먹는데 차마 노인들이나 양반 벼슬아치들에게 국에 밥을 말아서 내놓을 수 없어서 밥과 국을 따로 내놓았고 그래서 `밥 따로, 국 따로` 준다는 의미에서 따로국밥이라고 했다는 주장이다.대구는 다양한 쇠고기국을 가진 고장답게 따로국밥 명가가 생겨났다.△ 중구 전동, 중앙네거리~만경관극장 사이에 몰려 있는 국일따로국밥, 교동따로식당, 대구전통따로, 한우장, 한일따로국밥 등이 ‘대구따로국밥거리’를 형성했다.  다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하고 레시피와 맛도 90% 이상 닮았다. ‘365일 영업하는 게 따로국밥’이란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외곽의 경우 달서구 이곡동 성서따로국밥과 앞산 안지랑계곡 초입 ‘24시간 소피국집’으로 유명한 대덕식당이 있다. 따로국밥 종가는 옛 대구은행 본점 서쪽에 있는 올해 67년 역사의 국일따로국밥. 광복 직후 서동술·김이순 부부가 한일극장 옆 공터에서 난전국밥으로 출발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대구시민과 동고동락할 업소로 보인다. 또 중구 시장북로 육개장 전문 옛집식당, 2·28공원 서쪽 골목에 있는 벙글벙글, 남산2동 장작불국밥, 종로 진골목식당 등 모든 업소가 사골로 육수를 내며 선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육개장 종가는 중구 시장북로 골목에 있는 옛집. 60여년 역사의 옛집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중구 대신동 서문교회 근처 골목 안에 있는데 60년대 옴팡지게 퇴락한 기와집 때문에 국맛이 더 난다. 하루에 딱 70인분 정도만 끓이고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20년전부터 기름이 적은 사태살을 넣는다. 사골육수로 국을 만들고 무와 대파, 토란 등이 들어간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맛보다 무거운 풍미가 느껴진다. 벙글벙글도 옛집 못지않은 내공을 갖고 있다. 국물은 옛집보다 맑다. 38년 역사를 갖고 현재 본점 외 경대병원 앞, 수성동아백화점 뒤편에 2개 직영점을 갖고 있다. △반월당 삼성금융플라자 맞은편 첫골목 언덕에 있는 장작불국밥은 최근 ‘다크호스 육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 원정순 할머니에 이어 둘째딸인 김양선씨(69)가 대를 이었다. 원 할머니는 서울 종로에서 40여년 국을 끓였고 10년 전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맛이 천지차이’라면서 장작불과 가마솥을 고집한다. 하루 120인분 정도 끓이면 끝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오후 2시부터 3시간은 휴식. 오후 5시부터 밤전투가 5시간 이어진다. 양지머리 등 내장을 제외한 쇠고기 7부위를 섞어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무도 단맛을 낸다고 해서 육수 낼 때만 사용하고 버린다. 숙주나물, 토란, 고사리 등이 들어가지만 다른 육개장과 달리 맑은 게 장점이다. △한편 15년 전 경산 영남대 근처에서 태어난 온천골. 지역에서 가장 심플한 육개장으로 평가받는다. 사골 육수 대신 양지머리를 참기름으로 볶다가 채소를 넣어 끓인 일반 가정집 쇠고기국을 닮았다. 시내에 5개 체인점이 있지만 맛은 수준급이다. △중구 종로 진골목에 있는 진골목식당의 육개장은 근처 미도다방을 찾는 실버한테 인기 짱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지은 한옥 스타일의 업소로, 한때 코오롱 창업자인 이원만의 집이었다. 뻑뻑한 매운탕 국물 같아도 먹어보면 동치미국물처럼 담백한 맛이 전해진다. 소면이 들어간 육국수도 이 집에서 붐을 일으켰다. 다른 데는 거의 한 그릇 6천원대지만 ‘5천원짜리 육개장 돌풍’을 일으키는 집도 등장했다. △대구상공회의소 옆 골목에 있는 당골네가마솥소고기국밥은 2년 전 등장했지만 가격대비 가장 만족도 높은 육개장 시대를 열고 있다.아시아인들은 대부분 밥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가운데 밥공기가 가장 큰 한국사람들은 `밥심`이라는 표현, 참 좋아 한다. 흰쌀밥에 7시간 이상 고아 사골육수를 얻어낸 뒤 대파와 무, 그리고 선지를 넣고 푹 끓인 국밥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진다. 이것이 밥을 먹음으로써 생기는 힘, ‘밥심’이고 앞으로도 국밥이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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