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율을 보이고 있는 오디오북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여하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니다. 목소리 좋기로 유명한 알란 릭맨을 비롯해 휴 잭맨, 맷 데이먼, 니콜 키드먼, 스칼렛 조핸슨 등이 소설을 목소리로 옮긴 오디오북 녹음에 참여했다. 송일국 안재욱 예지원 황정민 조재현 박정자 강부자 손숙 송승환 김소희 오달수 유인촌 우현주 유준상 윤석화 이순재 전무송 정보석 정진영 김명곤 지현준 김호정 이희준…. 한국 스타 배우들이 낭독한 우리 근현대문학이 오디오북으로 나온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사장 박정자), EBS(사장 신용섭), 커뮤니케이션북스(대표 박영률) 등 성격이 다른 세 기관이 함께 한국문학 100년을 재조명하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배우들을 섭외한 연극배우 박정자는 2일 오전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나혜석·황순원 이름만 봐도 뭉클”하다고 밝혔다. 배우 100명이 한국 근현대문학의 주요한 중단편 소설 100편을 낭독한다. 낭독 작품은 내년 1월부터 EBS FM 라디오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통해 방송된다.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오디오북으로 유통한다. 낭독자 인세에 해당하는 수익금은 참여 배우의 공동 명의로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된다. 연극인 복지에 사용된다. 낭독 작품은 작가별로 1편씩 정했다. 1차로 근대문학의 태동기인 1910년대부터 6·25 동란까지 발표된 작품 50편을 골랐다. 민족진영 작가의 인기작 뿐만 아니라 잊혀졌던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의 약칭) 진영 및 동반자 작가(1930년대 전후 프롤레타리아문학에 동조한 작가들의 총칭) 작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여성주의 소설 등이 포함됐다. 2차는 6·25 동란부터 제5공화국 시기까지 50편을 정한다.박정자와 안재욱, 정보석이 먼저 낭독을 녹음했다. 1920년대 작가 김명순의 ‘나는 사랑한다’를 낭독한 박정자는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났다”고 했다. “배우가 활자를 읽을 때 눈으로 봅니다. 마음으로 느낍니다. 머리로 다시 해석해 입으로, 혀로 표현하죠. 그 모든 게 함께 해주지 않으면 낭독을 할 수 없어요. 마이크 앞에서 안재욱 씨도 힘들어 여러번 NG를 냈다고 합니다. 정보석은 시간이 나면 다시 녹음하겠다고 뜨거운 마음도 보였고요. 청취자들이 작가를 만나는 환상적인 프로젝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이날 자리에는 낭독 참여 배우 중 송일국, 예지원, 남명렬, 김호정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김석만 교수가 참여했다. 송일국은 출연 중인 연극 ‘나는 너다’가 막을 내린 뒤 내년 2월 송영의 ‘석공조합대표’를 낭독한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대한·민국·만세 등 세 아들의 육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그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많이 읽어준다”면서 “지금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라고 웃었다. 신용섭 EBS 사장은 송일국 같은 “스타들이 한국근현대문학을 읽어주면 대중이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잊혔던 문학의 소리성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1~8월 미국 출판 시장 통계를 보면 하드커버 종이책 성장률 2%, 전자책 성장률 6%였고 오디오북이 28%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면서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 환경이 비슷해서 좋은 내용물을 담는다면 (오디오북에 대한 호응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배우들은 나혜석 ‘경희’, 김동인 ‘배따라기’, 염상섭 ‘전화’, 주요섭 ‘사랑손님과 어머니’, 이상 ‘날개’,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김동리 ‘무녀도’, 정비석 ‘성화당’, 김유정 ‘봄봄’ 등을 나눠 낭독한다. 이들 낭독을 실은 오디오북은 공공 도서관과 초중고 도서관에 유통한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개인에게 판매도 한다. 시각장애인학교에는 무료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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