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는 여장남자 쇼걸 드랙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성소수자 이야기로만 극을 채우진 않는다. 드랙퀸이 등장하는 다른 뮤지컬처럼 쇼를 강조하기보다 드라마를 탄탄하게 다져나간다. 극은 프로복서 아버지를 둔 드랙퀸 ‘롤라’와 아버지에게 신발공장을 물려 받은 ‘찰리’가 중심축이다. 이들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처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드랙퀸 용 하이힐 부츠인 ‘킹키부츠’를 함께 제작하게 되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화합하는 이야기다. 또 다른 축은 찰리의 어린시절 친구인 평범한 남자 ‘돈’이다. 그가 변화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이 ‘킹키부츠’에서 큰 공감을 부른다. 그는 찰리와 롤라의 남자답지 못한 점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어린시절 옥상에서 찰리를 내팽개치곤 했던 우락부락한 그다.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린 시절 권투를 했던 롤라가 권투대결에서 자기를 봐준 걸 안 뒤 그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 이것이 진정한 남자의 조건이었다. 돈은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발 공장은 위기에서 벗어난다.마음이 뭉클해지는 순간 몸은 들썩거린다. 마돈나와 쌍벽을 이룬 신디 로퍼가 만든 곡들은 그루브로 넘실된다. 그녀는 뉴욕에서 만난 양주인 협력 음악감독에게 “리듬, 리듬, 리듬”을 강조했다. 특히 브로드웨이 연출인 제리 미첼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은 1막의 마지막이 압권이었다. 따끈하게 만들어진 ‘킹키부츠’ 한 쌍이 막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나오는 부분이다. 미국 록밴드 ‘오케이고’(OK Go)가 2006년 러닝머신 위에서의 퍼포먼스를 한 번에 찍는 ‘원 테이크’로 촬영해 화제가 된 ‘히어 잇 고즈 어게인(Here It Goes Again)’ 뮤직비디오를 참조했다. 롤라와 찰리를 비롯해 앙상블들이 들썩거리는 리듬의 ‘에브리바디 세이 예(Everybody Say Yeah)’를 함께 부르며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춤을 추고 미끄러질 때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의 넘버 위주로 돌아가 가사(假死) 상태가 된 한국 팝 뮤지컬 시장에 한줄기 섬광을 비춘다.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CJ E&M 공연사업부문이 공동투자한 작품으로 이번이 세계 첫 라이선스 뮤지컬 무대이다. 덩치가 있는 돈을 향해 롤라가 “돈, 돈 돼지 돈(豚)씨”라고 부르는 등 한국어의 감칠맛을 잘 살렸다. 롤라 역의 오만석은 역시 재간꾼이었다. 브로드웨이 ‘킹키부츠’ 주인공인 빌리 포터의 고난도 솔 창법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무리다. 하지만 10㎝에 이르는 힐을 신고 종횡무진하는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나왔다. 전역 후 이 작품을 복귀작으로 택한 김무열은 본인의 장기인 감정 표현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찰리를 돕는 ‘로렌’ 역의 정선아는 기존 작품보다 비중이 작지만 가창력과 존재감은 여전하다. 2015년 2월22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찰리 지현우·윤소호, 롤라 강홍석, 로렌 최유하, 돈 고창석·심재현, 엔젤 한선천 외. 음악 슈퍼바이저 스티븐 오레무스, 협력 안무 러스트 마워리, 협력 연출 디비 본즈, 협력 음악감독 윌 반 다이크, 협력 연출 김동연, 협력안무 이현정. CJ E&M 공연사업부문.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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