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무 연구를 업으로 삼아온 신준환 저자에게 첫 관심나무는 낙엽송이었다. 나무 심기 사업이 한창이던 1960년대, 초록색 싹이 마치 보석 같았던 낙엽송 한 그루를 얻어와 마당에 심었다. 보석같이 소중한 나무인 만큼 평소 자신이 아끼던 선물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산에서 흰색 찰흙과 검은색 찰흙을 구해와 나무의 뿌리를 정성스럽게 감싸줬다. 그랬더니 얼마 안 돼 나무가 죽고 말았는데,어린 마음에도 뭐든 사랑하려면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교훈으로 남았다. 이후 앎에 대한 겸손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타인에 대한 일침이나 섣부른 단언을 경계하게 되었다. ‘다시, 나무를 보다’는 30여 년간 나무 연구자로 살아온 신준환 전 국립수목원장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나무의 철학을 전하는 책이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서 강하다”는 신준환의 말처럼 서로 어울려 숲이 되는 나무를 보면 삶의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우리 눈앞에 서 있는 나무 안에 그 길이 있다.그에게 나무는 “우리의 미래를 열어줄 지혜의 원천”이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으면 나무를 찾았다는 그는 나무에 기대어 나무의 오랜 역사를 헤아리다 보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또 숲은 그에게 “어린아이의 다락방같이” 나만의 공간을 허락해주는 곳이었다. “남에게 솔직하게 대하기보다 자신에게 솔직하기가 훨씬 어려웠다”는 그는 숲에서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국립수목원장 시절 인근 군부대에서 마음고생이 심한 사병들을 보면 숲으로 오라고 권유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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