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니가 아닌 우리의 어머니를 말하고 싶었어요. 어머니가 작가로서 얼마나 훌륭하게 지내셨는지, 가깝게 지낸 사람으로서 남기고 싶었습니다."한국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는 박완서(1931~2011) 타계 4주기를 맞아 고인의 맏딸 호원숙(61)이 엄마와의 추억을 꺼냈다. 엄마의 육필원고를 직접 신문사나 출판사에 들고 나르던 어린 딸이자 남편과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해 가정의 여러 근심거리를 나누던 조력자였던 저자의 두번째 산문집 `엄마는 아직도 여전히 : 엄마 박완서를 쓰고 사랑하고 그리워하다`가 출간됐다."어머니는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분이세요.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훌륭하고 아름다워요. 세계적으로도 이런 분이 없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렇게 많은 글을 쓰시면서 시대를 열심히 사셨어요. 끝까지 작가로서, 엄마로서, 할머니로서, 어떤 역할도 끝까지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그전`에는 박완서 타계 전 엄마와 딸의 평범하고도 소소한 일상이 담겼다. 글을 쓰고 싶은 자신에게는 너무 큰 산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회고, 영화 `시`를 보기 위해 함께 나선 영화관 나들이길 등이다. `칭찬의 말을 아끼시는 엄마도 처음 낸 내 책을 보시고 반듯한 글이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안다. 엄마 마음에 꽉 차지 않는다는 걸.`(21쪽) `얘 저것 좀 봐주고 나가렴. (중략) 엄마는 허둥지둥 나가는 나를 잠시 불러 세워 꽃을 보게 한다.`(83쪽)"어머니가 계실 때는 글을 자유롭게 썼어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던 거 같아요. 어머니의 산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제 존재가 어려웠었거든요. 돌아가시고 나니 되려 어머니에 대한 글을 더 많이 쓰게 됐네요."2장 `그후`는 4년 전 박완서 타계 후의 일들이다. 따로 문학관을 만들지 말고 아치울 노란집에 맏딸이 들어와 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른 저자는 엄마의 보금자리에서 엄마를 추억하고 되새긴다. ``얘, 영정사진하고 집문서 저기 넣어놓았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도 귀담아듣지 않고 어느 서랍인지 확인도 하지 않았고 꺼내보지도 않았다. 죽음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치밀함이 싫었기 때문이다.`(175쪽)3장 `고요한 자유`는 호원숙 스스로의 이야기다. 평소 문학을 가르치면서 본인의 글쓰기를 계속해온 저자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순간을 포착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박완서의 딸`이 아닌 `서른살이 넘은 아이의 엄마`로서의 모습이다. 박완서와 호원숙, 그리고 다른 자매들과의 오래된 흑백사진들이 책 중간중간 삽입됐다. 평소 박완서와 친분이 두터웠던 후배 문인 이병률 시인이 고인의 집에서 직접 촬영한 유품 사진도 소개돼 있다. 표지의 맨드라미 그림은 호원숙 작가가 직접 그렸다. 272쪽, 1만3800원, 달"어머니는 삶과 글이 일치했어요. 글은 이렇게 쓰시고 삶은 다르게 살지 않았죠. 놀라우면서도 아름다워요.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어머니는 세상이 불평등 하다는데 대해서 염려를 하셨어요. 너무 금전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항상 경고도 하셨죠. 그런 경고가 지금도 적용될 것 같았어요. 동생들하고 `지금 조간 신문에 나와도 지금 쓴 건 줄 알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당당했고 그 반대의 사람 앞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았던" 박완서가 지면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썼던 유려한 문장의 산문도 새롭게 엮였다. 1977년 출간된 첫 산문집을 시작으로 1990년까지 박완서 작가가 펴낸 책들을 원본을 바탕으로 중복되는 글을 추리고 재편집했다. 전7권, 9만5000원,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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