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이 사상 처음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잇따라 공연을 하게 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일본군 위안부’ 뮤지컬 컴포트 우먼(COMFORT WOMEN: A New Musical)이 화제의 작품이다. 특히 컴포트 우먼은 뉴욕서 유학중인 20대 한국인 연출가가 기획과 극본, 총연출을 맡은 가운데 일본계 배우 7명을 포함, 11개국 46명의 배우와 35명의 스탭이 가세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컴포트 우먼은 오는 7월 3일 오프브로드웨이 최대 극장인 ‘세인트 클레멘츠(Theatre at St.Clements)’에서 역사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또 3월 6일엔 브로드웨이 최고의 디너쇼 공연장인 ‘휘프티훠 빌로우(54 Below)’에서 3·1절 기념 콘서트도 가질 예정이다. 한국인의 창작 뮤지컬로는 두가지 모두 최초의 기록이다.이같은 결실을 낳은 주인공이 스물다섯살의 유학생이라는 사실은 그래서 쉽게 믿기지 않는다. 뉴욕시티칼리지에서 연극을 전공하는 김현준 연출은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은 우리 뮤지컬을 세계 뮤지컬의 중심무대에서 올릴 수 있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컴포트 우먼은 지난해 오디션을 했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무려 700명의 배우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김현준 연출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안이 주요 배역을 맡을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경쟁 열기가 대단했다”면서 “덕분에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티벳 등 브로드웨이 최고의 아시안 배우들을 선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특히 개럿 다카다(이민식 역)와 에드워드 이케구치(고시모 역), 레미 야마자키(고하나 역) 등 일본계 배우들은 오디션에 앞서 위안부 역사에 관한 공부를 하고 왔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일본의 과거 전쟁범죄에 관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잘못된 역사를 인정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게 아니냐”며 적극성을 모습을 보였다.다섯 살때 ‘캐츠’를 보고 뮤지컬에 빠졌다는 김현준씨는 뮤지컬 연출과 제작의 꿈을 이루기 위해 휘문고를 졸업한 2010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학부로는 유일하게 연극연출 과정이 있는 뉴욕시티칼리지 연극학과에 입학한 것이다.아시안은 하나도 없는 학부와 오프브로드웨이 현장에서 인종차별의 벽과 싸웠다. 그의 열정과 진정성이 조금씩 빛을 발하면서 ‘갓스펠’ ‘더 체리 오차드’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연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위안부 뮤지컬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일본 아베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을 목격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의 책임감과 예술학도로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지나친 애국주의를 경계하고 뮤지컬이라는 포맷을 빈다면 위안부역사를 세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고 믿었다.극본의 큰 틀을 먼저 잡고 오스카 어귀리와 조앤 미시즈 등 두명의 미국작가가 합류해 세부 내용을 다듬었다. 공동 프로듀서인 매튜 토마스와의 긴밀한 공조아래 브라이언 마이클스와 박태호씨 등 2명의 아티스트가 공들여 곡들을 완성했다. 극을 완성한후 6개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극장과 8개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에 공연을 타진했다. 대본을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준 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큰 세인트클레멘스 극장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7월3일부터 2주간 총 16회의 공연이 확정됐고 성공적인 반향이 있을 경우 장기 공연 체제가 될 수도 있다. 김현준 연출은 오프브로드웨이 데뷔 공연을 마치고 한국에서 ‘컴포트 우먼’을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물론 여기까지 오도록 쉽지 않은 길이었다. 위안부역사라는 민감함 이슈라는 이유로 기업투자를 받기 힘들어 고전하던 중, 오프브로드웨이 및 브로드웨이 단체와 개인의 소액 투자를 모아 임금과 대관비 모두를 해결할 수 있었다.“한국에서 뮤지컬의 인기가 높지만 창작뮤지컬이 설 자리가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국내관객들에겐 브로드웨이의 라이센스 뮤지컬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우리 뮤지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가 미국에 온 이유도 창작 뮤지컬을 본고장에서 성공시켜 그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었어요.” 3·1절 기념콘서트를 하게 된 브로드웨이 최고의 디너쇼 공연장 ‘휘프티포 빌로우’를 잡은 것도 큰 소득이었다. 브로드웨이 톱스타들의 디너쇼로 유명한 이곳의 극장주는 컴포트 우먼의 줄거리와 노래를 들어본 후 흔쾌히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3·1절 콘서트는 컴포트 우먼의 모든 곡들이 소개되고 배우들의 주요 연기를 브로드웨이 톱스타들과 연출가들 앞에서 선보이는 것이어서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현준 연출은 “7월 공연이 시작되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에게 위안부 역사를 알리면서 라이센스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한국공연시장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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