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이 한강에서 유람선을 타거나 63빌딩을 찾아가 감탄하는 것을 “구경 잘 했다”라고 말하지 않듯이 대구 토박이도 알려진 유명 장소서 볼거리를 찾아 나서지는 않는다. 근대역사관·경상감영공원·대구문학관 등지를 외지관광객들이 선호한다면 대구토박이는 숨겨진 볼거리 문화공간으로 경북대박물관을 찾아 나선다. 1959년에 개관한 경북대박물관은 방대한 문화 유물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그리고 야외전시장 월파원의 100여점 석조물과 고분·지석묘들은 따가운 여름 햇살과 차가운 비바람 속에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재창조 중이다. 1994년 문을 연 국립대구박물관보다 역사가 30여년 더 오래됐고 문화적 가치를 지닌 귀중한 유물들도 경북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경북대 박물관은 ‘근대 대구의 풍경과 사람들-대구 근대문화 콘텐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의 전시를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3월 31일까지 연다. 이 전시는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의 대구 근대사를 이해할 수 있는 프리즘과 같다. 생활모습, 삶의 터전, 의복, 시장, 음식, 의료, 풍속 등 근대 대구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안내 자료에 의하면 “영남지방 정치·사회·문화의 중심도시인 대구는 1736년(영조 12년) 석축 읍성축조를 계기로 처음 도시적 모습을 갖췄으며 성곽도시로서의 대구 경관은 1905년 기존 주교통로였던 경부가도를 벗어나 읍성 북문 밖에 경부철도 대구역이 생기면서 큰 변화를 맞게 됐다”고 한다. 기획전시의 중심 콘텐츠인 대구시가지 가로 형성과정에 따르면 “1907년 대구읍성이 철거된 자리에 1908년 순환도로인 4성로(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가 건설됐고, 1909년 시가지 간선도로 개설사업으로 대구부청(현 대구시청)에서 경상북도청(현 경상감영공원)이 있는 동문로를 거쳐 서문로로 이어지는 동서선과 북성로에서 남성로로 내려와 종로에 이르는 남북선이 만나 십자대로가 개통됐다. 이 십자대로를 중심으로 일제의 식민지배기구인 경찰서, 헌병대, 은행, 우체국 등이 들어섰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은 관람객을 자연스레 시간의 여행으로 초대한다. 1930년대 초의 대구읍성, 경상감영외삼문, 달서교, 신천교(현 칠성교), 대구역, 북성로, 달성고분군, 서문시장, 계산성당 등이 100여 년 세월을 뛰어넘어 되살아나고 있다. 10일 오전 11시쯤 경북대 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객들은 매우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북대 김모양(20·영문과)이 1933년도 ‘대구부 상공 안내도’를 보면서 “엄마가 신명여고를 나왔고 나는 효성여고 나왔는데 한번 찾아보자”며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킨다. 또 박모양(21·국문과)은 대구의학전문학교 주변 어느 주점서 의전학생 4명이 둘러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진을 보다가 “의전학생이니까 지금은 의사가 됐겠네”라고 했다가 곧이어 “아니 1936년이니까 지금은 돌아가셨을 연세이다”고 급히 말했다. 일행 정모양(20·영문과)이 친구들을 향해 “북성로 사진을 보니까 영화 국제시장이 생각난다”며 “야 너는 봤니, 안 봤으면 꼭 볼만한 영화인데 우리 엄마도 굉장히 그 영화를 좋아하시더라”며 친구에게 추천까지 해준다. 이처럼 현재와 연결되는 옛날 사진들은 기성세대에게 추억의 시간을 선사해 주고, 자라는 세대에겐 호기심을 자극해 흥미 있는 역사자료가 되고 있다. 경북대 박물관 학예사에 따르면 “학기중 초·중·고등학교서 단체 현장 체험학습으로 많이 찾아오는데 학생들은 호기심을 갖고 매우 흥미로워한다”면서 “울릉도·독도 특별전도 함께 열고 있으니 방학을 맞아 많이 찾아와 줄 것”을 부탁했다. 이어 “어르신들이나 교수님들도 오셔서 ‘아 옛날 생각난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덧붙였다. 경북대박물관 관람은 월-금, 토(1·3·5주째)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휴대용 음성전시안내기도 대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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