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크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므라즈의 `아임 유어스`, 미국 싱어송라이터 리처드 막스의 `라이트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밴드 `유투(U2)`의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With or without you)`는 공통된 기타 코드가 들어간다. 이른바 `머니 코드`로 통하는 캐논 변주곡의 코드인 `E - B - C#m - A` 진행이 삽입됐다. 20일 본 공연을 개막한 뮤지컬 `곤, 더 버스커`에서 `최곤`은 이 곡들을 연이어 연주하면서 말한다. 코드는 길이고 멜로디는 그 길을 걷는 사람이며 가사는 그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이라고. 최곤은 버스커(busker)다. 직업이 없지 않냐는 전 여자친구의 말에 `버스커`가 직업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거리의 악사. 그는 유명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래로 자신만의 길을 가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묵묵한 뮤지션이다. 그는 이란성 쌍둥이 남매인 후천적 청각장애 댄서 `니나`와 스트리트 드러머 `원석`를 만나 밴드 `니나잘해`를 결성한다. 전반부는 이들이 뭉치는 이야기다. 후반부는 니나잘해가 극 중에서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버스킹과 대립되는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특히 뮤지컬은 음악에 대한 진심으로 가득차 있다. 배우들이 악기까지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점이 그렇다. 일반 뮤지컬에서 뮤지컬배우가 갖춰야 할 3박자는 노래·춤·연기. `곤, 더 버스커`는 여기에 악기 연주까지 더한다. 인디 밴드 `몽니`의 리더 겸 보컬 김신의가 곤을 연기하는 건, 그래서 최적의 캐스팅이다. 실제로 버스킹을 자주했던 그는 연주도 노래도 마치 최곤 같다. 세밀한 감정 표현은 약하지만, 무뚝뚝함이 최곤의 성향과 더 어울린다. 밴드 소재 뮤지컬에 일가견이 있는 박용전 오픈런뮤지컬컴퍼니 대표가 극작·작사·작곡·음악감독을 맡은 점도 진심 전달에 큰 몫을 차지한다. 그는 현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 중인 또 다른 액터 뮤지션 뮤지컬 `오디션`을 만든 장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잎 클로버` 등 모던록과 포크, 힙합 등을 오가는 넘버들은 귀에 척척 감긴다. 곤이 니나를 위해 부르는 "달빛이 비추고 소녀는 춤을 추네"(`울 때 조차 예뻐요`) 등 노랫말도 입에 찰싹 붙는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바닷가` 신까지 별 네개 반(별 다섯개 만점)을 주고 싶을 정도다. 이야기와 노래와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레 일치된다. 그로 인한 감성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지난달 대학로에서 시범 공연한 뒤 이번에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무대에 정식으로 올랐는데 턴테이블 무대는 객석 어느 곳에서나 구석구석 보이는 이 곳에 최적화된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다소 힘이 빠진다. 방송국 사람들은 특정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악하게 그려진다. 니나잘해와 다른 버스킹 밴드 `스트라다 킹` 등이 이들에 대항해 합동무대를 꾸밀 때 그래서 쾌감과 파괴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창작 뮤지컬로서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은 높이 살만하다. 3월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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