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과 ‘IS(이슬람 국가)’는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중동의 부패한 지도층 청산이란 과제에 대한 2개의 해법이다. 전자는 실패했는데 후자는 지금 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가. 테러조직 전문가인 로레타 나폴레오니는 새 책 ‘이슬람 불사조(The Islamist Phoenix)’를 통해 이 의문을 풀어낸다. 저자에 따르면 IS는 유대인이 이스라엘을 건국한 것처럼, 이슬람 수니파를 위한 칼리프 국가를 수립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IS는 인질을 잔혹하게 참수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몸값이나 뜯어내려는 단순한 무장테러조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IS는 이미 지중해에 접한 시리아 해변부터 이라크 한복판 깊숙한 곳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영국이나 텍사스보다 더 넓은 지역에 ‘이슬람 칼리프 국가’를 선포했다. IS는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집을 수리해주고, 전기를 공급하고, 무료 급식소를 세웠다. 소수부족 거주민들은 IS 지배 이후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말한다. IS는 대중적 공감대 없이 테러나 폭력만으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 없다는 걸 꿰뚫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통제구역 내 기업 활동과 상품거래에 과세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시리아 곳곳의 유전과 발전소를 장악해 석유수출만으로 하루에 2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최근에 발견된 연간 회계보고서에는 테러 임무 한 건당 비용까지 포함한 세입, 세출에 관한 자세한 항목들이 나열돼 있다.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 지도자 알 자르카위는 바그다드를 함락하기 위해 주변부 소도시들을 차례대로 점령해 수도를 고립시키는 ‘바그다드 벨트’전략을 전개했다. 미군은 2007년 이 전략을 깨트리기 위해 병력을 증파, 13만명이 넘는 미군이 1년 넘게 이 지역을 집중공격한 뒤 작전 성공을 선포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IS 지도자 알 바그다디는 2014년 ‘바그다드 벨트’지역을 탈환, 영토로 편입하고 가공할 군대를 재건했다. 그 이후 수니파 이라크인들은 이들을 ‘이슬람 불사조’라고 부른다. IS는 왜 대량학살을 저지를까. 이들은 정복지역에서 ‘배교자에 대한 종교적 정화’라는 명목으로 씨아파 주민들을 멸절시키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종교전쟁의 배경이 부도덕한 정치적 패권 다툼이었듯이 이런 학살도 이라크, 시리아 또 그 외 지역에서 ‘내전상황’을 유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 내전을 통해 IS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와 영국이 사이크스-피코 협정 체결로 그려놓은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리려고 한다. 모든 국경선을 뭉개 버리려 하고 있다.IS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기들을 홍보하고 전세계 젊은이들을 전사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원대한 포부`와 첨단 소통방식에 현혹된 젊은이들이 테러의 도구로 이용당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이들의 프로퍼간다 배후의 정치적 전략을 제대로 꿰뚫어 보지 못한 탓에 판타지에 사로 잡히고 있다. IS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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