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의 어려운 삶에서도 꿋꿋이 약자의 편에 서서 이들의 억울함을 사회에 호소하는 극단 ‘함세상(함께 사는 세상)’은 지난 1990년 창단 이래 꾸준히 한 길만을 걸어왔다.‘아줌마 정해선’, ‘엄마의 노래’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담은 수많은 희곡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껴야 할 ‘삶의 가치’보다 오늘 닥친 ‘배고픔’의 해결을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왔다.이런 노력의 결과 ‘함세상’은 현재 대명공연문화거리에서 공연장을 갖춘 ‘둥지’를 틀고 있다.‘함세상’이 전하는 메시지에 감동을 받은 후원자들의 물심양면에 이룬 결과다.함세상 백운선 대표는 “‘함세상’의 연극은 사회의 부조리(不條理)와 타협하는 연극과는 달리 이 사회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은 후원자들의 도움 덕에 눈칫밥 걱정 없는 우리들만의 공간을 연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극다운 연극을 위해 ‘대구’로합천에서 태어나 부산을 비롯한 경남도 일대서 유년시절을 보낸 백 대표에게 대구는 그야말로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지(他地)였다. 대전에서 대학시절을 보낼 때까지 대구를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그녀가 대구의 ‘함세상’에서 연극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백 대표에게 연극은 20살 초입부터 시작된 자신의 미래였다. 백 대표는 대학 입학 후 탈춤과 마당극을 전문으로 하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학창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졸업이 가까워오자 그녀는 자신의 진로에 고민하게 됐고 연극다운 연극을 하고자 이름 있는 극단을 물색했다.당시 백 대표는 ‘탈춤 동아리 연합체’에서 나온 지도교사의 연기로 극단을 평가했는데 ‘탈춤 동아리 연합체’는 탈춤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이 모여 형성된 단체로 각 극단에서 순서별로 지도교사가 나와 수강생들을 가르쳤다.이런 노력의 결과 백 대표는 ‘함세상’에서 나온 선생님을 만나게 됐고 그의 연기에 빠지고 말았다.백 대표는 “지금의 선배님이신 그 분의 연기는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기억에 남아있다”며 “그분을 수소문한 끝에 이곳을 알게 됐고 무작정 가입을 원한다는 편지 한 통을 통해 극단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가시밭길 ‘연극인생’… 그러나 희망이 있다“재워주겠지”란 즉흥적인 생각에 무작정 보따리 하나만을 이고 2001년 대구로 내려온 박 대표는 10여개월 동안 선배의 집을 돌며 연극의 노하우를 익혔다. 몇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설 잠을 자며 연습실에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다시피 했다.이후 조금씩 모은 돈과 극단 선배들의 도움에 자취방을 마련한 그녀는 더욱 연극에 열정을 더했다.새벽에 나와 새벽에 들어가는 고된 생활 속에서도 백 대표는 암울한 사회와 소외된 약자들과의 교감을 나누기 위해 이를 소재로 한 연극에 매달렸다.백 대표의 이런 노력은 ‘함세상’이 표현하고자하는 기본 배경에서부터 비롯됐다.‘함세상’은 지난 1990년 창단된 후 지금까지 소수의 공연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이 약자를 대변하는 공연으로 진행됐다.‘함세상’이 대표하는 정기공연으로는 비핵화를 주제로 한 ‘태양의 땅(2014년 11월)’,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주제로 한 ‘지키는 사람들(2013년)’, 가정폭력의 희생양인 여성을 주제로 한 ‘아줌마 정혜선(200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바람이 노을을 거둘 때(2012년)’, 장애인의 인식을 바꾸고자 제작된 ‘엄마의 노래(2001년)’ 등이다. 또한 이외에도 몇몇 공연들이 사람들의 관심 속에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다.‘함세상’은 활동은 공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연극을 통한 치료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함세상’에서 활동하는 단원들은 정기적인 공연 외에도 연극치료사, 연극놀이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심리적인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과 뜻을 같이해 이들을 위한 새로운 연극을 만들고자 함이다.한편 ‘함세상’은 대구 남구 대명동(계명네거리)에 건립 중인 공연장이 완성되면 지역 주민들과 연계되는 일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공연사업 외 교육연극을 살려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할 계획도 마련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함세상’은 다른 어떤 프로그램보다 연극을 같이 하는 게 기능적으로도 좋다는 점을 살려 발달장애·저소득층 아이들과도 함께 계획들을 짜놓은 상태다.백 대표는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해 ‘함세상’은 언제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더 좋은 작품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물론 소외된 이웃과의 아픔도 언제나 함께 나눌 것이다”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