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성이 아가씨가 동화책 밖으로 뛰어나왔다.애니메이션 명가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계모와 두 언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주인공이 왕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익숙한 고전 동화 ‘신데렐라’를 실사 영화로 재탄생시켰다.동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실사 영화화한 ‘말레피센트’(2014)에 이은 디즈니의 두 번째 실사 컬렉션, 영화 ‘신데렐라’다.‘말레피센트’가 공주에게 사악한 저주를 거는 마녀(앤젤리나 졸리)를 주인공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것과 달리 신데렐라는 원작의 큰 줄기를 그대로 유지했다.타고난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착한 엘라(릴리 제임스)는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있으면 그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가슴 속에 항상 간직하고 있다.예민하고 까다로운 계모와 두 의붓언니를 맞이한 뒤 아버지마저 타지에서 숨지자 엘라는 졸지에 꺼져가는 벽난로 불을 쬐며 잠을 청하는 ‘재투성이’(신데렐라) 하녀 신세로 전락한다. 그동안 신데렐라 이야기는 수없이 작품화됐고, 캐릭터나 내용에서도 많은 변주가 있었다. 디즈니도 최근 명작 동화를 조합해 선보인 뮤지컬 영화 ‘숲속으로’에서 신데렐라가 알고 보니 바람둥이인 왕자를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비틀었다.하지만 이번 영화는 고전의 내용을 그대로 살리는 정공법을 택했다. 대신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강조하며 (실제로 영화에 ‘용기와 따뜻한 마음’이 포함된 대사는 수십 차례 등장한다)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약간의 변주로 재미를 더했다. ‘신데렐라’를 연출한 케네스 브래너 감독은 “이 작품은 따뜻한 마음씨가 어떤 초현실적인 힘을 가진 것처럼 얘기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삶을 단순하면서도 심오하게 즐길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데렐라는 고전보다 한층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아가씨가 됐다.속상한 일이 있으면 말을 타고 들판을 내달리기도 하고, 숲에서 만난 (실은 왕자인) ‘왕궁에서 아버지의 일을 돕는 견습생’ 키트(리처드 매든)에게 사슴 사냥을 중단하라고 충고하기도 한다.이미 결말을 아는 뻔한 이야기임에도 끝까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매혹적인 미모의 계모(케이트 블란쳇)와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는 어설픈 요괴 대모, 아니 요정 대모(헬레나 본햄 카터)의 캐릭터 덕분이기도 하다. 동화책에서 막 나온 듯한 아름다운 배경도 한몫한다. ‘작은 궁전’과 같은 엘라의 집과 세로 6m·가로 35m에 달하는 화려한 무도회장 세트 등을 통해 동화 속 세계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펼쳐 냈다.국내에서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끈 ‘겨울왕국’의 속편 격인 7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열기’가 이 영화의 오프닝으로 상영된다.7분짜리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겨울왕국 열기’가 ‘신데렐라’에 관객을 끌어다 주는 약이 될지, 본편의 매력을 압도하는 독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3월 19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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