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나빠지는 걸 본 다음에는, 세상이 나빠지는 걸 보게 될 겁니다.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커트된 인생이다” 오오극장 벽 유리에 붙어 있는 문구이다. 영화라는 거울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살이를 비춰볼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같은 인생,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인생을 자본보다 감독·작가의 창의적 관점과 열정에서 해석해 낸 영화, 돈을 기대하지 않고 만든 영화가 독립영화이다.  2012년부터 준비해 지난달 11일 대구지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537)이 개관했다. 대구 영화인들의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 대구 영화인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의 모금활동과 관심을 모아 힘들게 열었다. 화려한 멀티플렉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건강한 영화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대구 영화인들의 뜻이 이뤄낸 결실이기에 더욱 값지다. 오오극장이란 명칭은 “하나부터 열까지(1+2+3+4+5+6+7+8+9+10=55) 놀랍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좌석도 55석으로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다. 얼마 전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 폐관한 예술영화 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을 떠올리는 관객에겐 신선하면서도 작은 충격이 된다. 작지만 아담한 카페 33다방에도 뜻을 같이한 지역 독립예술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특히 김병호 작가의 노란 우산을 쓴 여인이 눈에 띈다. 7,80년대 은막의 여인 정윤희 씨라고 한다. 로비에는 영화 관련 책과 자료들이 비치돼 있으며 DVD를 감상할 수 있다. “33다방과 55극장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영화를 보고 커피를 마시면서 재미있게 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한다. 독립영화가 주는 설명하기 힘든 거리감(?)을 극복하자는 세심한 뜻이 극장 곳곳에 담겨 있는 듯하다. 이번 개관은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편식이 몸에 해롭듯이 영화도 제작과 유통, 작품성에서 다양한 문이 열려있어야 한다. 지금은 3년 연속 관객 1억 명을 돌파한 한국 상업영화의 최고 흥행시대라고 한다. 전국 2,184개 스크린 중 독립영화전용관의 스크린 수가 단 0.18%에 불과하다는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돈(상업성)과 재미(흥행성)에 의해 간과되고 있다. 이에 “영화의 무한한 상상력과 가능성을 가로막는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영화관”을 지향하는 오오극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오극장 최태규 운영팀장은 “거대 투자자본과 흥행성을 통해 돈을 벌려고 만든 영화, 시나리오 규칙에 따라 관객의 코드에 맞춰 연출한 상업영화의 반대편에 독립영화가 있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바깥에서 맴돌면서 ‘어! 극장 있네!’라고만 하며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데, 독립영화를 한 번 경험해 보면 매력에 빠질 것이다”고 장담했다. 이어 그는 “대구민예총·미디어핀다·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가 중심이 돼 오오극장을 설립했지만 연내 사회적 협동조합 방식으로 관객·창작자가 주체가 돼 운영할 예정”이라며 “독립영화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구지역에서 창작된 영화를 많이 상영해 대구지역 문화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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