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앞산 고산골에서 펼쳐지고 있는 간벌사업 현장이 마치 대규모 벌목현장을 보는 듯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산골 정상 일대에서 대구시 앞산공원 관리사무소가 발주하고, 대구달성산림조합이 시행하고 있는 ‘2015 앞산공원 숲가꾸기 사업’이 자연보호의 취지인지 아니면 고가의 잣나무 원목을 마련하기 위한 벌목사업인지,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6일 오전 10시께 기자는 앞산 고산골 관리사무소를 출발, 약 30분을 올라가 운동기구가 있는 약수터에 다다랐다. 10분 쯤 더 올랐을까. 예전의 새소리, 바람소리는 없어지고 벌목현장의 전기톱 굉음만이 온 산을 뒤덮고 있었다. 등산로 1m 이내 거리에 직경 30cm 정도의 밑동 잘린 잣나무가 베어져 있어 “여름 산행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 좋았는데 왜 잘랐을까?” 의심스러웠다. 의문은 곧 풀렸다. ‘숲가꾸기 사업’이란 미명 아래 고산골 잣나무가 마구잡이로 벌목되고 있는 산림훼손의 현장이 나타났다. 발걸음이 고산골 관리소에서 2.5Km 정도 올라온 지점, 아연실색할 정도의 산림파괴 현장이 눈에 띈다. 5m 정도의 똑같은 길이로 자른 통나무 30여개가 수북이 쌓여있는 무더기 수십 개를 발견한 것이다. 이는 고급목재로 사용될 잣나무 원목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이 분명해진다. 10여명 남짓한 작업자들이, 전기톱을 이용해 끝없이 잣나무를 베고 일부는 가지치기를 해 원목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또 다른 인부들은 산악용 특수차량으로 이를 실어 나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간벌목 선정의 적합성과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쌓아놓은 잣나무 원목 중엔 직경이 40cm 정도의 굵은 잣나무도 확인된다. 또 일정한 간격으로 간벌(?)하는지를 알고 싶어 나무의 줄과 열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직경 15cm 정도 굵기의 어린 잣나무들만 전기톱의 날카로움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간목작업으로 인한 2차 피해도 생기고 있다. 통나무를 수송하기 위해 고산골 정상에서 아래쪽 방향으로 200여m 길이의 임도를 만드느라 산의 허리를 마구 파헤쳐 놓았기 때문이다. 고산골을 즐겨 찾는다는 박모씨(53)는 “이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숲을 가꾸기 위한 간벌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벌목현장으로, 수십 년 기르고 애써 관리해 온 귀한 잣나무들을 하루아침에 다 잘랐다”며 “고산골을 즐겨 찾는 대구시민들에게 잣나무 그늘이 주는 건강한 공기와 쾌적한 기분을 빼앗아 갔으니 이제 앞산 최고의 힐링공간인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울분을 나타냈다. 역시 등산객 최모씨(여·43)도 “고산골 입구에 메타세쿼이아 숲길 조성공사를 한다는 현수막을 봤다”며 “눈에 잘 띄는 곳에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조성하면서 산꼭대기 잣나무는 무지막지하게 베어내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전시행정으로 간벌작업이 추진계획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등산객 김모씨(71)는 “솎아베기작업은 나무의 생육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꼭 필요한데 전문가들이 알아서 작업을 잘 하겠지”라며 간벌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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