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진전문대가 영어전용 안내 표지판을 교내 전체에 설치해 한글 장려·보급은 뒷전이고 그릇된 국제화 교육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언론매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우리문화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대구 영진전문대의 지나친 영어사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어정책에 대한 올바른 인식정립과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기록유산인 한글의 올바른 사용·촉진을 장려해야할 대학교육기관인 대구 영진전문대가 정문 쪽 안내표지판을 비롯해 동문 표지판과 각 건물 입구 미니 표지판 그리고 교직원 주차장 입간판, 정문·동문 쪽 길안내 입간판, 모 은행 ATM 안내 표지판까지 온통 영문으로만 표기했다. 심지어 동문입구 문 앞에 주차금지와 동문을 알리는 스탠드형 입간판까지도 영문으로 표기돼 있는 실정이다. 본관 입구 표지판의 경우, “Main Building 5F, School of Design/English Zone/Department of Nursing/Professor`s Office”로, 동쪽 문이라는 안내 입간판은 “Good Bye, East Gate”로 표기돼 있다. 이에 세계화가 시대적 당위성을 갖는다 하더라도 대학이 글로벌 인재교육을 표방하면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따가운 시선을 면키 어렵다. 이에 대해 김모양(유아교육과)은 “입학했을 때 영어 표지판이 지나치게 많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Good Bye, East Gate’와 ‘Staff Parking Only’, 모 은행 위치 안내까지 굳이 영어로 표기한 데 대해 ‘지나친 글로벌화’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반면 박모군(국제관광계열)은 “학교에 외국인 친구도 많기 때문에 영어 안내표지판은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처음엔 건물 안내표지판이 영어로 돼 있어 불편했지만 지금은 적응돼 괜찮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 정문 안내표지판은 ‘본관  Main Administration Bidg’로 한글·영어 병용하면서 ‘본관’은 굵은 글씨로 크게, 그 밑에 영문은 작게 표기했다. 역시 경북대 경상대학 빌딩 입구 표지판도 한글은 크게, 영문은 작게 병행표기하고 있다. 지난 1월말 경북도가 과도한 영어사용 등을 들어 ‘한국어 수난시기’로 규정하면서 “도민과 공공기관 구성원의 국어능력 향상과 한글의 올바른 사용 촉진을 위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또 “옥외 광고물에 표시하는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하도록 한다”고 해 국어의 발전 및 보전노력을 명문화했다. 중국의 자국어 보존 노력은 남다르다. 2010년 12월 인민일보에 따르면 “현지 언론과 인터넷 매체 상에서 영어 등 외국어 단어 사용을 금지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이 늘면서 중국어의 순수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중국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중국 언어체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나아가 “이번 조치를 통해 올바른 중국어 사용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어길시 강도 높은 행정처벌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만년 역사의 상징으로서 통일기원 국조 단군상을 교정에 설치한 영진전문대가 문화정체성을 위협하면서까지 영어안내 표지판을 고집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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