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시설로 알려진 대구환경시설공단 산하 서부하수처리장의 슬러지 건조고화 시설이 제 역할을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이 시설은 감사원이 지난해 부적합한 시공과 관련, 시공업자들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감사결과를 발표해 대구시의 부실한 하수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2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총 공사비 680억원을 들인 서부하수처리장의 슬러지 건조고화 시설은 하수슬러지에 대한 해양투기가 국제적으로 금지됨에 따라 하수슬러지의 수분을 제거, 건조된 고형물로 만들고, 이를 일반 흙 50%를 섞어 쓰레기 매립토로 활용하기 위해 설치했다.하지만 건조고화 시설 처리과정을 거친 고화분이 당초 목표(50% 이하)로 했던 수분함수율을 초과해 악취가 나는 등 쓰레기 매립토로 활용할 수 없어 일반쓰레기처럼 쓰레기매립장에 매립되고 있다. 매립된 고화토는 일반쓰레기처럼 매립을 하게 되면 주변의 수분을 흡수하게 돼 겔화현상이 발생, 애써 건조시설을 거친 하수슬러지가 매립 후에 원래 하수슬러지 처럼 변하게 된다. 건조한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지반이 붕괴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현행 법규상 하수슬러지는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할 수 없지만 수분을 제거하는 등 처리를 거친 고화토는 매립이 가능하다. 결국 쓰레기매립장에 매립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셈이다. 서부하수처리장의 슬러지 건조고화 시설은 건립과정에도 수많은 말썽을 빚었다.하수슬러지 처리용량을 1일 300톤에서 270톤으로 하향조정하는 설계변경을 승인해 성능이 저하됐고 벨트프레스식 탈수기를 원심탈수기로 교체해 운영비가 증가하면서 장래 시설용량의 추가 확보 여지는 없애 버린 것이다.이 과정에서 추가사업비 확보와 총사업비 변경을 위한 관련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밀안전진단조차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계약과 집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비도 지난 2007년 5월22일 계약된 공사비 총액은 576억6130만원이었지만 이후 물가연동에 따른 에스컬레이션(ESC)과 설계변경을 거치면서 679억 5620만원으로 100억원 이상 증가됐다.특히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는 것도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감사원은 처리시설의 설치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관련 공무원에게 주의조치 할 것을 대구시에 통보했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했던 고위공직자들은 이미 퇴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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