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진고가 올해 서울대 입학생의 이름을 적은 대형 현수막을 교내 건물에 내 걸고 있어,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인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학생들간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자초하고 있다. 25일 현재, 대구 영진고등학교가 교문을 비롯해 본관 입구와 신관건물 3곳에 영진고등학교 총동창회 명의로 주요 대학명과 입학 학생숫자를 적은 ‘2015학년도 주요대학 합격’이란 축하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 특히 본관과 신관건물 외벽에 올해 서울대 입학생의 이름 및 학부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20여m의 대형현수막을 내 걸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 1월말 “특정학교 합격을 홍보하는 것은 다른 학교에 입학하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고, 학벌주의를 부추겨 차별적인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학생 유치와 학습동기 부여라는 현실적 입장은 이해되지만, 입시학원도 아닌 학교현장에서 교육기본법의 교육이념에도 부합되지 않는 학벌사회와 서열화된 대학구조를 조장했다는 비난을 면키는 어렵게 됐다. 더욱이 영진고가 합격 현수막을 ‘동창회’ 명의로 내 건 것이 이 같은 비난을 피하기 위한 사전 꼼수라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교육현장을 지나친 경쟁체제로 내몰고 학생들을 점수로 서열화하려고 했다는 여론매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원강사인 김모씨(여·32)는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서울대에 간 학생들에겐 독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름을 적은 현수막을 하루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학교 측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현수막을 내건 목적이 진짜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학교 위상제고를 통한 학교 측과 선생님을 위한 것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학교 위상을 높여 학부모 선호도는 높이겠지만 과장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그럴 시간이 있으면 학생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 달라”는 쓴소리를 내뱉었다. 한편 정세근 교수(충북대)는 “현대판 골품 제도와 같은 학벌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이 문제는 이제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 나아가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는 절실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올 1월말 인권위원회는 시·도교육청에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 행위를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할 것을 촉구했으며, 학교 관계자의 관심을 요청한 바 있다. 25일 현재 경북고를 비롯해 대구여고·경신고 등은 서울대 진학 현수막을 내걸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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