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지정된 대구 북구와 수성구를 잇는 도시철도 3호선의 노선도와 관련, 북구 구암동에 위치한 운암지 인근의 역명이 ‘칠곡역’으로 표기돼 칠곡군 및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반발이 심해지자 대구시는 공공용물 명칭 제·개정을 위해 심의위원회와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칠곡역’을 ‘칠곡운암역’으로 재선정하는 등 3개 역사에 대한 명칭을 개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분명한 지하철역명이 칠곡향교를 등에 업은 ‘대구칠곡지역발전협의회’ 등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지역명 표기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칠곡운암역’ 역시 대구시가 이미 선정한 역명에 따른 찬, 반 여부를 묻는 투표로 진행돼 지역 주민들의 선택권이 없었다는 게 일부 지역주민들의 설명이다.실제로 과거 대구 칠곡1-3동은 2003년 3월 8개의 행정동으로 나눠졌음에도 그동안 지역 내 토착세력 등에 의해 많은 문제를 야기해왔다. 칠곡향교와 이들이 이끄는 ‘대구칠곡지역발전협의회’ 회원들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칠곡’이란 인식이 심어지면서 칠곡군을 찾는 외지인들의 혼동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북구 8개 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을 비롯해 지역 내 여러 단체의 長으로 있는 회원들을 보유한 ‘대구칠곡지역발전협의회’는 대구 북구 일대에서 개최되는 축제나 세미나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을 비롯, 행정기관의 관계자들에게도 대구 북구 8개 동을 ‘대구’가 아닌 ‘칠곡’으로 인식시키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난다.25일 오전 시 10분께 북구 태전동의 ‘칠곡네거리’ 일대는 ‘칠곡’과 ‘강북’으로 도배된 여러 상가들의 명칭 탓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현재 위치에 대한 혼동을 줬다. 아울렛으로 알려진 동아백화점 강북점은 백화점 우측으로 ‘강북 동아문화센터’라는 거대한 현수막을 걸어 놨다. 반면 옆으로 약 50m 떨어져 있는 기업은행과 대우증권에선 버젓이 간판에 ‘칠곡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역명의 문제를 야기한 ‘칠곡운암역’ 인근의 상가에서도 상당수의 입간판 및 간판 등에서 ‘칠곡’과 ‘강북’으로 나눠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공인중개사에 내걸린 여러 매물에서도 ‘칠곡’이란 지역명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대구시의 이런 칠곡의 지역명 사용에 피해를 보는 것은 무엇보다 칠곡군이었다.칠곡군은 1994년 12월 대구시의 ‘칠곡IC’ 사용개시와 관련, 2001년 7월부터 한국도로공사와 대구 북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해왔다. 특히 2003년부터 대구 칠곡동이 8개의 행정동으로 분류되자 대구시와 도로공사, 북구청 등에 칠곡군으로 오려고 하는 차량들이 대구로 잘못 진입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칠곡IC의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하지만 칠곡군의 이런 요구에도 대구시와 북구청 등은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한다는 것을 이유로 명칭을 변경할 수 없다고 칠곡군에 통보했다.칠곡향교를 비롯해 일부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또한 최근 문제로 부각된 ‘칠곡역’ 역시 대구시는 칠곡군의 강한 명칭변경 요구에도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칠곡역 인근 주민들과 ‘대구칠곡지역발전협의회’의 반대세력인 ‘대구강북지역발전협의회’ 회원들의 서명운동 등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결국 ‘칠곡운암역’으로 지하철역명을 변경하게 됐다.대구시는 이런 문제와 관련,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처음 ‘칠곡역’으로 지정된 사항에서도 칠곡향교를 비롯해 일부 지역주민들이 원했기에 지정된 것이며, 이외에도 칠곡향교 등은 여러 추진사업에 참여해 ‘칠곡’이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대구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최근 대구 북구 구암동에 준공된 ‘강북경찰서’ 역시도 이미 지명이 결정된 사항에서도 칠곡향교 등은 경찰서가 위치한 곳이 ‘팔거’란 지역명을 들어 ‘팔거경찰서’로 해야 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대구시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대구 북구 칠곡과 관련해 자신들이 임의로 지역명을 지정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모두가 칠곡향교가 이끄는 지역주민들의 투표 등을 통해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어 대구시와 북구청은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된 것 뿐”이라고 말했다.대구향교 등 대구·경북 내 여러 향교에서도 칠곡향교를 지역의 애물단지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세력들을 이용해 지역을 조종하다보니 대구향교를 비롯해 여러 단체의 눈엣가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대구향교의 한 관계자는 “칠곡향교는 현재 자신의 존립과 관련해 자신의 입지를 부각하고자 지역주민들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을 앞으로 내세워 칠곡 아닌 칠곡을 만들고자 하고 있어 대구향교를 비롯한 일부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