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천시장 김광석길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김광석길에 둥지를 틀었던 문화 예술가들이 최근 가파르게 오른 임대료를 내지 못해 방천시장을 떠난 숫자가 50여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2009년 예술가들이 대구시 중구 김광석길 주변에 뿌리를 내리면서 전통시장인 방천시장이 문화 예술공간으로 변하고 김광석길은 중구청의 예산투입 등으로 관광명소로 알려지게 됐다. 유동인구가 늘자 지가와 건물가치가 높아지면서 건물주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 요구로 이를 견디지 못해 쫓겨나는 김광석길 예술가가 늘어나게 됐다. 반면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순환 고리를 맺은 상업자본이 김광석길 방천시장의 점령군으로 주둔하면서 문화예술가의 창작공간이 위협받고 있다. 그렇지만 대구시·중구청은 ‘2015년 한국관광 100선 선정’이란 현란한 치적만 되풀이할 뿐 막상 순수 예술가들을 위한 대책은 미미하다. 때문에 누구를 위한 전통시장 살리기와 경기활성화인가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정세용 방천문화예술가협회장은 “2009년부터 방천시장에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해 50-60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공예·시각미술가 10여명, 음악가 3-4명 정도로 기껏 15명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그는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장사가 잘 되니까 임대료와 땅값이 급등했고, 예술가·영세상인들이 집세를 못 내고 쫓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무엇보다 “2009년 200-250만원 하던 토지가 올해 1000-1500만원에 형성돼 있고, 예전에 비해 월세가 10배가 올랐는데도 상가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이며 현재 월세가 200만원 정도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정 방천문화예술가협회장은 “2009년 방천시장 점포의 반 이상이 빈 상태에서 예술가들이 들어와 뿌리를 내리면서 전통시장인 방천시장을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예술가들이 쫓겨나고 있다”며 “지금처럼 과도한 임대료 인상요구가 계속되면 나도 버티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화예술가 A씨는 “골목 안쪽 문화예술인 공간도 집주인이 5년째 되니까 월세를 5배로 올릴 것을 요구해왔다”며 “월세를 내기 위해선 이제 무료 전시회가 불가능해졌으며, 내년엔 더욱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돼 작업장과 전시실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인들은 “예술가들이 힘들게 자생적으로 뿌리 내린 방천시장 문화예술공간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막상 대구시와 중구청은 제대로 된 행정적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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