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한국인 환자가 국내 처음 발견된 가운데 제2-3차 감염자가 연이어 속출하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발견된 환자 수는 총 30명으로 이 중에서 2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상황에도 메르스를 일반 감기처럼 치부하며 면역력만 있으면 괜찮은 질병이라고 발표했다고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게 됐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에서도 의사와 약사가 참여해 메르스로 사망한 사람을 기저질환에 의한 사망으로 밝힌 뒤 면역력만 있으면 감염됐다가 자연스럽게 치료될 수 있는 병이라고 밝혔다가 시청자들로부터 된서리를 맞고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메르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감염 여부도 부정확하다. 본부는 메르스를 놓고 공기 중에서 감염되는 공기매개감염이 아닌 기침이나 재채기 등에서 나오는 침에 의한 비말감염이라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의학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비말감염의 기준으로 봤을 때 병문안을 온 가족에게의 전염은 이해가 되지만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의 전염에 대해선 설명되지 않는 다는 것.보건당국의 신뢰성 없는 발표에 대구시내 일대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2일 오후 4시 49분께 중구 동산동의 계명대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외래진료실 앞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또 그 옆에 있는 다른 진료실 앞 벤치에서도 일부 환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진료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같은 날 오후 5시 30분께 중구 삼덕동의 경북대병원에서도 각 진료실마다 일부 환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지하철 등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3일 오전 10시32분께 중구 남산역 칠곡경북대방면 승강장을 지키고 있는 안전요원을 시작으로 도시철도 3호선 3505호 열차 안에서 칠곡운암역까지 운행한 결과, 총92명의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칠곡운암역에 아는 동생을 만나러 가고 있다는 오승혜(여·42)씨는 “정부에서는 현재 죽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메르스를 위험한 질병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 오히려 시민들은 경각심을 갖고 더욱 조심하게 된다”며 “솔직한 정보도 없이 그저 시민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의학전문가들은 이런 시민들의 마스크 착용에 메르스가 비말감염이 아닌 공기매개감염이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기 중으로 전파가 가능한 전염병이라면 일반 마스크가 아닌 미세먼지까지 최대한 막을 수 있는 N-95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마스크의 경우 강한 밀폐력 탓에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착용하기에는 무리가 생긴다. 약간의 움직임에도 제대로 된 숨을 쉴 수가 없어 오히려 벗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경북대병원 관계자는 “N-95 마스크는 다른 마스크와 견줘볼 때 흡착력이 뛰어나 최고의 밀폐력을 자랑한다”며 “하지만 자칫 잘못 사용할 경우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에겐 상당한 무리를 주게 될 우려가 있어 N-95 마스크를 사용하기 보단 외출한 뒤 집에서 비누 등을 이용해 몸을 씻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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