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 대형병원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를 피해갈 수 없었다. ‘메르스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대구이지만 시내 대형 종합병원은 발걸음 끊은 외래환자 탓에 썰렁하기만 했다.직격탄을 맞은 것은 대구의료원이었다. 국가지정 격리병원인 대구의료원은 메르스 사태 초반 외부 의심환자를 수용해 치료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 외래 환자가 등을 돌렸다.지난 11일 오후. 평소라면 외래환자와 병문안을 온 사람들로 붐볐을 시간이지만, 의료원 로비는 물론 주변에 위치한 약국과 편의점마저도 외부 사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환자가 빠진 곳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만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응급환자들로 넘쳐났던 응급실 또한 곳곳에 빈 침대가 눈에 띌 정도였다.대구의료원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이후 평소 환자 수의 50%가 줄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를 찾는 외래환자가 급격히 떨어졌다.교통사고로 입원 중인 김모(47)씨는 “메르스 환자가 대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안심해도 된다는 병원 측 설명을 듣고 남기로 했다”며 여전히 불안감을 내비쳤다.대구의료원 관계자는 “메르스가 발생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 환자 수가 절반 이상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주 대구시의 담화문 발표 이후 점차 회복세에 있지만 여전히 평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줄어든 환자로 한산한 것은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의료원 등 나머지 대형종합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병원에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입원해 있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외래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경북대병원은 전반적으로 한적한 가운데 마스크를 올려 쓴 병원관계자들이 많이 보이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북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하루 평균 3400명 정도의 환자가 외래 진료를 했지만, 메르스 발병 이후 28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평소대비 20% 가량 환자가 줄어든 셈이다.원무과의 한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대에는 접수를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대기 의자가 모자랄 정도였지만 메르스 이후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3살 난 아이가 아파서 입원 중이라는 전모(33·여)씨는 “대구는 메르스 청정지역이라 해서 안심했는데, 사망자들이 나오면서 어떻게든 빨리 퇴원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더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영남대병원 역시 스산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1층 로비에 마련된 150여개의 대기의자는 누워 자도 될 만큼 텅 비어있었다. 설치된 무인수납기 6대 가운데 2대는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 전원을 꺼뒀다. 영남대병원은 하루 평균 1만6000여명 정도의 외래 환자가 병원을 찾았는데, 메르스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한 5월 말에는 1만4000여명, 지난주에는 1만3000여명 수준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이경자 외래팀장은 “메르스 이후 환자 수가 많이 줄었다. 체감 상으로는 20-30% 이상 줄어든 것 같다. 진료 예약을 해놓고도 3-4% 가량은 메르스가 잠잠해진 뒤에 다시 오겠다며 취소를 하고 있는 상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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