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약 200만명은 도박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언뜻 무시무시해보이는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 적어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2014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런 계산이 나온다. 사감위는 지난해 10월 복권 발매소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복권 발매소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10.2%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복권 이용자가 2000만명으로 추산되므로 복권 도박중독 위험군이 200만명이나 된다는 ‘엄청난’ 결론이 도출된다. 사감위가 기관의 영향력을 높일 목적으로 우리나라의 도박중독 유병률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발기관에서조차 일부 한계를 인정한 옛 방식의 조사척도를 선택적으로 사용해 도박중독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도록 한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감위가 도박중독 유병률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캐내디언 문제 도박 지수’(Canadian Problem Gambling Index, CPGI) 가운데 ‘PGSI’(Problem Gambling Serverity Index) 척도가 ‘옛날 방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감위의 측정방식에서는 도박중독 유병률 수치에 포함되는 중위험군의 수치가 더 높게 나온다는 것이다.사감위는 2014년 10월 PGSI 척도를 사용해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이 5.4%(문제성 1.5%, 중위험 3.9%)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CPGI 자체는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나, 그 가운데 PGSI 척도만큼은 공신력에 대해 지속적인 지적을 받았다”며 “결국 CPGI의 개발기관인 CCGR(Candian Consortium for Gambling Research)이 2010년 PGSI에 대한 수정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CCGR은 옛 버전의 PGSI가 문제가 많은 고위험군을 색출하는 데는 공신력이 있으나, 중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하는데는 일부 통계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중위험군의 측정기준을 기존 ‘3-7점’에서 ‘5-7점’으로 최저선을 2점 더 올리고, 평가척도도 기존 3단계에서 4-5단계로 더 세분화하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수정된 PGSI를 이용할 경우 유병률 통계에 포함되는 ‘중위험’군의 비율이 이전보다 낮아진다. 그러나 사감위는 여전히 중위험 척도가 ‘3-7점’인 구 버전의 PGSI를 사용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 수치가 나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연구 결과에서는 ‘도박 중독 0.8%·문제 도박 3%’로 나왔고, 같은 해 고려대학교의 연구 보고에서는 각각 ‘0.9%·1.2%’로 조사됐다. 또 사감위가 2012년 내부적으로 조사만 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한국형 도박행동척도’의 조사 결과는 가장 높은 위험 수준 도박과 그 다음 위험 수준을 합쳐 2%선으로 알려져 있다. 사감위가 공식 발표한 2014년 유병률 5.4%은 이들 조사보다도 2배 가량 높은 수치다.사감위가 도박중독 유병률을 과장한다는 의혹제기는 과거에도 있었다. 사감위는 앞서 2012년 일반인 전체 도박중독 유병률이 7.2%에 달하며 특히 남성은 10.6%, 사행산업 이용자는 41%에 이른다는 CPGI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구 소재 한 대학의 교수가 2013년 9월 당시 “사감위가 실제보다 도박중독 유병률을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 사감위는 당시에도 해명 보도자료를 내 이 교수의 지적에 대해 “산출방법과 측정도구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사감위가 불법 사행산업 단속에는 ‘사실상’ 손을 놓은 채, 대신 ‘생색내기’ 식의 합법 사행산업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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