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크기가 0.1㎛(1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해 전자 현미경이 만들어진 뒤에야 인류에게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Virus)가 때로는 아니 매우 자주 자신보다 1000만-2000만 배나 더 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1918년 처음 발생해 1990년까지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 명을 죽음으로 내몬 ‘스페인 독감’의 트라우마는 6500만년 전 과거 공룡의 멸종 원인 중 하나로 1970년대 제기됐던 ‘바이러스설’과 어우러지며 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이러한 막연한 두려움은 인간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H1N1형 인플루엔자 A)를 이겨낸 것은 물론, 그 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유발한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 에볼라 바이러스(Ebolavirus)가 촉발한 ‘에볼라 출혈열(ebola hemorrhagic fever)’,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CoV)가 일으킨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 스페인 독감 이후 90여 년만에 더 강한 신종으로 진화해 돌아온 H1N1형 신종 A 바이러스가 유발한 ‘신종 플루’ 등을 차례로 극복했음에도 가실 줄 모르고 있다.할리우드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감독 루퍼트 와이어트)에서 지능이 높아진 유인원이 수적으로 우세한 인간을 밀어내고 지구의 지배자가 된 이유로 유인원은 이겨낼 수 있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팬더믹(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면서 인간이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으로 설정한 것이나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월드워Z’(감독 마크 포스터)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면서 인류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 등 바이러스는 이제 외계인을 넘어 인간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 되고 있다.세계 정상급인 국내 의료 기술 수준으로 볼 때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역시 피해 규모가 문제일 뿐 그간 사스와 신종플루처럼 조만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머잖아 또 다른 바이러스가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해 우리를 위협할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는 마음으로 바이러스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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