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이 무엇보다 유명해 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왕건이 이곳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왕건의 수하 중 신숭겸 장군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왕건을 구해냈기 때문이다.이 산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파군재삼거리’라는 다소 독특한 지명의 도로는 그런 과정 속에서 생겨난 곳이다.역사의 유래를 잠시 살펴보면 927년(고려 태조 10년) 후백제 견훤이 신라를 침공하자 신라 경애왕은 고려에 원병을 요청했다. 고려 태조 왕건은 기병 5000명을 직접 이끌고 이 고개 일대에서 견훤 군대와 격전을 치렀다. 그러나 왕건 군대는 견훤 군대에 크게 패해 왕건 자신만 겨우 목숨을 구해 달아난다. 이 때문에 이 고개의 이름이 파군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 전투에서 신숭겸 장군은 태조 왕건으로 가장해 수레를 타고 적진에 뛰어들어 전사했다. 신 장군을 포함해 왕건이 아끼는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했다. 8명의 장수를 기리는 뜻에서 파군재가 포함된 이 산의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비록 사후지만 왕건이 각별히 챙겼다는 신 장군의 유적지도 파군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산의 이름과 관련한 다른 얘기도 있다. 산의 주요 봉우리가 모두 8개라서 붙여졌다는 것이다. 바로 대구를 대표하는 팔공산을 두고 하는 얘기다.‘근교산&그너머팀’은 팔공산을 찾았다. 팔공산은 대구를 비롯해 군위 칠곡 영천 경산 등 4개의 시·군에 걸쳐 있는 큰 산이다. 산의 크기만큼이나 많은 문화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갓바위가 있는 산도 팔공산이다. 물론 동화사지구 파계사지구 갓바위지구 등 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다양하다. ▣산행 초입은 편안한 길 마당재와 한티재로 이어지는 능선의 전망 좋은 바위에서 바라본 대구 팔공산의 모습. 군부대 부지로 군사 시설이 설치된 비로봉과 오른쪽의 서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의 색깔이 푸름을 더해가는 가운데 바위 옆의 분홍 철쭉이 유난히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다.산행의 시작 지점을 부인사로 잡고 ‘이말재-삼성암-삼성암지(삼성정)-서봉-톱날능선-마당재-이말재’를 차례로 통과하는 원점회귀 산행. 산행 거리는 10㎞ 남짓하다. 산행 시간은 식사와 휴식 등을 포함해 5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단풍나무 가로수가 빽빽한 팔공산 진입도로를 통과해 도착한 부인사의 외관은 언뜻 보기에도 이 지역의 대표적 사찰로 여겨졌다. 동화사의 말사로 ‘부인사(符印寺)’ 혹은 ‘부인사(夫人寺)’로 불리는데 창건 연대와 창건자는 확실치가 않다. 예부터 사당인 선덕묘가 있는 것으로 미뤄 선덕여왕 때 창건된 절로 짐작할 뿐이다. 고려 시대에는 39개의 부속암자를 관장했고, 2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며 수도했다고 한다. 고려 현종 때부터 문종 때까지 도감(都監)을 설치하고 고려 초조대장경을 판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판각은 몽골의 침입으로 대부분 소실됐고, 현존하는 1715판도 일본 교토 난젠사에 보관돼 있다. 몽골 침입 이후 중건됐으나 임진왜란 때 다시 불탔다. 서봉 바로 아래 해발 1000m 높이의 옛 삼성암 부지에 세워진 삼성정.지금 건물은 1930년대 초 비구니 허상득이 원위치에서 서북쪽으로 약 400m 거리에 있는 암자터에 중창한 것이다. 당우에는 석가모니불상과 아미타불상, 관세음보살상을 안치한 대웅전과 선덕묘, 2동의 요사채가 있다. 부인사를 돌아 산길로 들어서면 울창한 산림이 반긴다.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등산로도 꽤 널찍하고 경사도 완만하다. 그냥 편하게 걸으면 된다. 이렇게 30분 정도 걸어가면 첫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말재(‘벼락맞은나무’도 함께 표기)다. 직진하는 길과 약간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 등 두 갈래 길인데, 서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곧바로 나아가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마당재를 만나는데 나중에 이 길을 통해 하산한다.▣정상 가까울수록 만만찮은 길 이말재를 지나면 잠깐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삼성암 마애약사여래입상이 모셔져 있는 곳을 지나면서 조금씩 오르막길이다. 오르막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길도 좁아진다. 오르막의 경사도도 점점 높아지고 바위도 점점 더 많아진다. 이런 길이 30분 이상 이어진다. 한 발 한 발 옮겨가는 다리도 더 힘들어진다. 눈앞에 나무계단이 보인다. 무척 반갑게 느껴질 정도다. 나무계단을 힘겹게 오르자 삼성정이라는 정자다. 옛날에 삼성암이라는 암자가 있던 자리다. 원효스님의 제자 세명이 이곳에서 수행 득도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맑은 날은 낙동강과 가야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낙조도 일품이다. 여기서 10분 정도를 더 오르자 해발 1150m의 서봉 정상이다. 탁 트인 조망에 조금 전 등반의 힘겨움이 금방 날아간다. 예고된 큰 비를 머금은 듯한 바람이 생각보다 거세다. 바람을 피해 바위 뒤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너구리 한 마리가 궁금한 듯 다가오다 이내 도망간다. 최고봉인 비로봉(1192)과 동봉(1167m)을 뒤로하고 마당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능선길이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을 여러 번 반복하고 암부도 많아 녹록지가 않다. 이른바 톱날능선 구간에서는 옆으로 우회하기도 한다. 마당재부터는 편안하게 내려오는 길이다. 산행을 끝내고 부인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동대구역서 동화사행 버스 탑승, 종점서 부인사까지 2.4㎞ 걸어야동대구역에서 팔공산 서봉 출발지인 부인사 앞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다. 동화사지구 종점까지 간 뒤 수태골 등산로 입구를 지나 부인사까지 팔공산로를 걸어야 한다. 2.4㎞ 거리로 약 35분 걸린다. 부산역에서 동대구역으로 가는 기차는 오전 5시에 출발하는 KTX와 무궁화호 등이 수시로 있다. 동화사지구로 가기 위해 동대구역을 나와 오른쪽 육교를 건넌 뒤 파티마병원 앞 삼거리로 간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kt동대구지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동화사 종점까지 가는 급행 ‘팔공1번’(수시 운행)을 탄다.원점회귀 산행이라 자가운전도 편리하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타고 동대구 요금소를 나와 다시 서울 방향 경부고속도로를 탄다. 도동 분기점에서 팔공산 요금소로 나와 팔공산 방면으로 우회전해 파군재삼거리에서 파계로 파계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파계삼거리에서 팔공산로 부인사(동화사)방면으로 우회전해 4.5㎞ 달리면 부인사 주차장에 닿는다. 내비게이션에다 부인사 입력하면 보다 쉽게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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