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0년 세월 간직한 불로동 고분군대구 불로동 고분군은 어느 때나 매력 있지만, 아침과 해질녘이 특히 좋다. 언제 가도 붐비지 않고, 늘 평화로우며 걷는 즐거움이 있다.불로동 고분군은 5-6세기 삼국시대에 형성됐을 것으로 본다. 돌을 쌓은 석곽이나 목이 긴 항아리, 말띠꾸미개 같은 부장품이 신라 시대 분묘 형태와 흡사하기 때문이다.당시 이 지역 지배 세력의 무덤인 셈이다. 1500여년 전이라니,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봉분이 무너지고 풀이 무성해져서 원형이 훼손되고, 근현대에는 공동묘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내부를 발굴하고 외형을 복원해 지금은 고분 210여기로 정리했다. 고분마다 돌에 번호를 새겨 표시했으며, 번호 대신 이름이 적힌 것은 공동묘지에서 이장하지 않은 묘다.완만한 구릉에 고분이 퍼져 있어 야트막한 언덕을 거니는 기분이다. 어린아이나 70대 이상 어르신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현장학습 온 초등학생도 보인다.고분이 큰 것은 봉분 지름이 20m, 높이 4m에 이르고 작은 것은 어른 키보다 낮다. 고분으로 오르는 길이 여러 갈래고, 고분 사이로 오솔길이 거미줄처럼 났다. 혹시 길을 헤맬 수 있는데, 돌이 깔린 길을 따라가거나 ‘대구올레’ 표지를 확인하면 쉽다. 공영주차장 옆에 해설사가 상주하는(월·화 휴무) 관광안내소가 있고, 주차장 남쪽으로 생태 학습장처럼 불로고분 자연마당을 조성했다.불로동 고분군에서 단산지에 이르는 길은 대구올레 팔공산 6코스 ‘단산지 가는 길’이다. 고분군 공영주차장~고분군~경부고속도로 굴다리~영신초·중·고교~봉무공원~단산지~만보산책로~단산굴~봉무정·봉무토성에 이르는 7.2km 구간으로,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완주하는 것도 좋고, 시간이 부족하거나 아이와 동행한다면 고분군을 둘러본 뒤 차량으로 단산지까지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단산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호젓한 저수지다. 한바퀴 도는 산책로가 3.5km 정도다. 물빛이 투명하고 새순이 한창 예쁜 나무 덕분에 발걸음이 즐겁다. 단산지 입구에 조성된 봉무공원은 배구, 테니스, 배드민턴 등 체육 시설을 갖춘 레포츠 공원이자 나비생태학습관도 있어 대구 시민이 즐겨 찾는다.저수지에서는 수상 스포츠를 하고 오리배도 탈 수 있다. 지난해 여름 화제를 모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 주인공이 저수지에 빠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저렴한 가격에 맛도 보장 ‘치맥로드’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건 맛있는 음식이다. 다른 곳에서 맛보기 힘든 그 지역 고유의 음식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대구는 납작만두, 막창, 매운 갈비 등 독특한 음식이 많다. 동구 지역에서 눈에 띄는 것은 튀김똥집이다. 원래는 닭 모래주머니인데 평소 닭똥집이라 불러서인지 그 명칭이 더 친근하다. 보통은 구워서 기름장에 찍어 먹는데, 대구에서는 치킨처럼 튀긴 다음 양념까지 입혀 먹는 걸 즐긴다.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은 ‘치맥로드’라고도 불린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어 대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대구를 찾는 여행객의 입맛까지 사로잡는다.닭똥집은 쫄깃한 맛이 핵심인데, 튀겨서 고소한 맛을 더하고 양념에 버무리면 양념치킨보다 한 수 위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튀김똥집과 양념똥집 외에 간장똥집, 찜닭,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 등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골목이 네댓 갈래라 입구도 여러 군데다. ‘평화통닭’ 앞에 트릭 아트 포토 존과 공연장이 있다. 낮보다는 저녁에 가야 치맥로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맥주에 고소한 똥집튀김으로 여행지에서 보내는 하루를 시원하게 마무리한다.치맥로드의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아양기찻길부터 들르는 것도 방법이다. 대구선 폐철교가 시민의 쉼터이자 관광 명소로 새롭게 태어났다. 전망대와 카페, 전시 공간이 있고 야경이 특히 인상적이다. 유리 통로 아래로 옛 철길과 강물이 내려다보인다.옻골마을은 경주 최씨 집성촌이다. 1616년 대암 최동집 선생이 기운 좋은 곳에 터를 닦아 마을을 일궜다. 종가인 백불고택은 대구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 건물로 꼽힌다. 대구에 이렇게 호젓하고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솔가지를 얹은 돌담길을 따라 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다도 체험 공간으로 쓰이는 동계정은 백불암 선생의 아들 동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로, 자손을 가르치던 곳이다.여자의 출입이 철저히 금지되던 공간이 지금은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도 즐겨 찾는 체험의 장으로 되살아났다. 가마 타기와 전통 놀이는 동계정 뒷마당에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