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대구시 지방공무원 필기시험이 대구 전역 2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응시생이 가장 많은 남구의 경산공업고등학교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 속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긴장감과는 사뭇 달랐다. 대체로 메르스 관련해서는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가운데,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는 정도로 느껴졌다.이곳에서는 대구 전역 20개 시험장 가운데 가장 많은 총 1169명이 시험을 본다. 총 1만4312명의 응시생 가운데 약 10%가 이곳에 배정됐다. 100여명의 시험감독관은 오전 7시부터 나와 공무원시험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소방관과 경찰관, 보건소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10명의 메르스 대책반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메르스 감염에 대비했다.특히 응시생 가운데 메르스 의심 증세를 호소할 경우를 대비해 임시 시험장 3곳을 마련했다. 열 감지는 없었지만, 달서소방서에서 파견 나온 소방관 2명은 비접촉 체온계를 이용해 정문을 통과하는 모든 응시생의 열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경상공고에 근무하는 한 교사가 업무차 학교를 찾았다가 “저는 수험생이 아닌데 저도 열을 체크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할 정도로 열 체크는 예외가 없었다.37.5도 이상 발열자는 보건소 직원에 의해 또 한 번 체온을 측정하고, 시험이 끝난 직후 보건소에서 메르스 관련 검진을 받겠다는 서약서를 쓰기로 돼 있었다. 다행히 이날 응시생 모두는 정상체온을 유지했다.발열 체크를 통과한 응시생들은 비치된 소독제를 통해 손 소독까지 마쳐야 시험실로 향할 수 있었다.입실 완료 1시간 전인 오전 8시20분이 넘어서자 시험장을 찾는 응시생들의 본격적인 발걸음이 이어졌다. 마스크 쓴 응시생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다.전날 대구 첫 메르스 확진자가 완쾌돼 퇴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르스에 대한 경계감을 덜어낸 눈치였다.공무원시험을 3-4년 준비했다는 김모(29·여)씨는 “얼마 전 서울시 시험도 다녀왔는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이번이 첫 시험이라는 이모(22·여)씨는 “대구는 이제 메르스 걱정에서 많이 벗어난 것 같다. 시험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걱정거리를 하나 덜게 된 셈”이라고 웃어 보였다.대구 동구 대구일마이스터고등학교 시험장은 일반행정직 장애인 분야 응시생(193명)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이곳 역시 메르스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큰 불안감은 없었다.40여명의 감독관을 제외하고 소방관 4명, 보건소 관계자 1명, 경찰관 2명 등 50여명의 직원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장애인을 위한 특별 시험실 7개와 이들의 시험을 돕기 위한 도우미들이 배치된 것이 다른 곳과의 차이점이었다. 시각 장애인은 점자 책자가 마련된 시험장으로, 지체장애인들은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대필자가 준비된 시험실로 각각 입실했다.휠체어를 타고 시험장을 찾은 A(32)씨는 “메르스에 대해 특별한 걱정은 없다. 이번 기회에 시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시에서 마련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대구시 인사과 문점철 사무관은 “대구시에서 메르스가 진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종 방역에 힘을 쓰고 있다”며 “다들 인력이 부족해 소방서와 경찰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험생들이 시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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