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개그맨 장동민은 과거 팟캐스트에서 “여자들은 멍청해서 남자들에게 머리가 안 된다”는 등 여성비하 발언을 일삼은 것이 밝혀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이후 ‘삼풍백화점 피해 여성 비하’ 발언까지 알려지자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할리우드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는 지난 5월14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한 기자가 주인공 ‘퓨리오사’를 맡은 배우 샬리즈 시어런에게 “(여자의 몸으로)어떻게 분노 연기를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시어런은 “놀랍죠? 여자도 분노할 수 있어요”라고 재치있게 답변했다.이 같은 사례는 모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보지 않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보다 여성 인권이 신장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성은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벽을 맞닥뜨리곤 한다.미국의 저명한 문화·예술평론가이자 역사가인 리베카 솔닛도 마찬가지였다. 솔닛은 파티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중요한 책이 있다며 솔닛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 책은 솔닛이 쓴 것이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그게 바로 이 친구 책입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는 자기 말을 계속할 뿐이었다. 친구가 서너 번쯤 말을 반복하고 나서야 말귀를 알아들은 그는 잠시 할 말을 잃었지만, 이내 다시 장광설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그 책을 읽어 본 것도 아니었으며, 그저 신문 기사를 통해 접했을 뿐이었다.솔닛이 웹사이트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하자 미국 여성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합한 것으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어는 2010년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고, 지난해에는 ‘옥스퍼드 온라인 영어사전’에도 실렸다. 솔닛은 그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개된 ‘#여자들은다겪는다(YesAllWomen)’ 해시태그 운동을 소개하며 일침을 가한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240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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