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관장 최종덕)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부정적이거나 과장된 이미지에 가려져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의 왕비와 후궁들을 새롭게 재조명한다.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오는 7일부터 8월3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2층과 지하1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백년 역사를 지켜온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을 개최한다.왕실의 존엄성과 위계를 보여주는 원삼 등 왕실 여성의 복식과 황후와 왕비, 세손빈이 사용했던 인장(印章) 등 왕비와 후궁과 관련된 유물 총 30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왕비를 정점으로 하는 궁중 여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왕비로 책봉되거나 후궁으로 봉작(封爵)된 후 별궁(別宮)에서 예비 신부 교육을 받고 왕과 가례를 올림으로써 영광의 자리에 오르는지 그 과정을 소개한다. 또 왕실 여성으로서 받아야 할 독서를 통한 교육과정, 왕자를 낳아 대통을 잇는 출산, 왕비가 주관해 친히 뽕을 따서 누에를 치는 의식인 친잠례(親蠶禮)등 왕비의 역할과 권한을 살펴본다. 왕비와 후궁의 죽음을 추모하는 상장례(喪葬禮)와 사당에 대해서도 안내한다.왕비의 상장례는 국왕에 준한 국장으로 거행됐다. 다만 후궁의 상장례는 생전의 지위에 따라 달라졌고, 왕비의 국장에 비해 매우 간략했다. 하지만 인조 때부터는 국왕의 생모인 빈의 상장례가 국가의례로 격상돼 특별하게 치러졌다.‘칠궁(七宮)’도 후궁이었던 생모를 각별히 챙긴 왕의 마음이 엿보인다. 이곳에는 인빈 김씨(원종 생모), 희빈 장씨(경종 생모), 숙빈 최씨(영조 생모), 정빈 이씨(진종 생모), 영빈 이씨(장조 생모), 수빈 박씨(순조 생모), 순헌황귀비 엄씨(영친왕 생모)의 신주가 모셔져 있다. 조선시대 후궁은 종묘에 부묘될 수 없었고 공식적인 그 어떤 공간에서도 신주가 봉안될 수 없었다. 그러다 영조 때 조성한 육상궁을 첫 사례로 국왕의 생모를 모신 사당들이 점차 생겨났다. 1908년 저경· 대빈· 연호· 선희· 경우궁이 육상궁에 합사되고 1929년에 덕안궁까지 합사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칠궁에 대한 3차원 입체영상(3D)과 칠궁 내에 자리한 육상궁(毓祥宮, 숙빈 최씨의 사당)의 감실(龕室)을 재현해 평소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던 칠궁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감실이란 신주나 불상 등을 모셔둔 곳을 일컫는다.2층 전시실에서 눈에 띄는 대표적 전시품은 황원삼, 홍원삼, 녹원삼 등 복식이다. 원삼은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황실의 여성들이 왕실의 크고 작은 의식이 있을 때 입었던 예복이다. 지위에 따라 그 색이 달랐는데 대한제국 시대에는 황후는 황색, 왕비는 홍색, 세자빈이나 빈은 자적색, 왕녀·대군부인·군부인 등은 녹색 원삼을 착용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왕실 여성들이 평상시 입었던 의복과 화장품, 장신구 등 다양한 유물을 볼 수 있다. 또 그들의 문예활동, 불교를 통한 신앙생활 그리고 왕실 여성의 사유재산과 경제생활을 엿볼 수 있다.이중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한 신정왕후(헌종의 어머니) 탄신 60주년 기념잔치를 그린 ‘무진진찬도병(戊辰進饌圖屛)>(1868년), 문정왕후(명종의 어머니)가 발원(發願)한 ’오백나한도(五百羅漢圖)‘(1562년)가 특별 공개된다. 명성왕후가 직접 쓴 한글편지와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인목왕후가 쓴 한시 등도 눈길을 끈다. 선조의 계비이자 영찬대군의 생모인 인목왕후(1584-1632)는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폐위되는 불운에 처했다가 인조반정으로 다시 명예를 회복한 대비다. 그는 서궁에 유폐돼 있을 때 쓴 한시에서 자신을 늙은 소에 비유하고 광해군을 그 늙은 소에 채찍을 가하는 주인으로 비유했다. 친필이 아닌 모본이다.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생모였던 헤경궁 홍씨가 직접 쓴 ‘한중록’(1735-1815)과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 민씨(1667-1701)의 민비폐비사건을 다룬 작자미상의 ‘인현왕후전’등 궁중 문학작품도 흥미롭다. 한편 전시 기간 중에는 조선의 왕비와 후궁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별 강연회가 오는 23일과 8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개최된다. 강연에 관심 있는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문의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02-3701-7633, 7634)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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