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가정부였지. 수십 년 동안 정직하게 봉사해온 보기 드문 일꾼이고. 하지만 시종이길 원했고, 또 그렇게 산 사람이야. 아드리아나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결정을 내리고 멘누의 집에 들어가서 살았다고 해도 두 사람 관계가 변하는 건 아니야. 내가 당신한테 그 집에 놀러 가도 된다고 허락한 건 사이좋게 지내는 두 사촌 자매의 관계를 망가뜨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야.”(62쪽)영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장편소설 ‘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1960년대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던 가정부 멘눌라라가 남긴 유언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극이 담겼다. 출간 2년 만에 이탈리아에서만 1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독일·영국·캐나다 등 18개국으로 번역·출간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1963년 ‘멘눌라라’로 불리는 주인공 로살리아가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멘눌라라는 ‘아몬드를 줍는 여자’라는 뜻으로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아몬드를 줍던 과거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그녀는 알팔리페 가문에서 13살 때부터 가정부로 일하게 되며, 남다른 지혜로 보통의 가정부들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집안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일까지 도맡으며 알팔리페 가문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에서도 뛰어난 수완을 보인다. 멘눌라라는 자신의 지시대로 해야만 보답이 있을 것이라는 유언장을 남기며, 죽은 후에도 모두가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들려 한다. 이에 알팔리페가의 자식들은 분노하며 그녀의 말을 거스른다.이 책은 자신이 죽은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아니 지금 자기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것을 권한다. 윤병언 옮김, 392쪽,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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