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미국의 전설적 작가 하퍼 리(88)의 신작 ‘파수꾼’(원제:Go Set a Watchman)에 호평보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일반 발매를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NYT), 영국의 텔레그라프 등 세계 언론들은 앞다퉈 인종차별에 반대했던 주인공 아버지의 캐릭터 변화,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앵무새 죽이기’ 보다 몇년 앞서 쓰였지만 내용적으로 속편에 해당하는 ‘파수꾼’은 전작의 꼬마 여주인공 스카우트가 26세로 성장해 진 루이즈라는 이름으로 뉴욕에서 교향인 앨라배마 메이콥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어린시절과 달리 많은 것이 변한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을 키운 흑인 하녀는 친근함이 싹 가진 태도로 사랑하는 어린 소녀가 아닌 ‘백인종’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백인 친구들은 흑인에 대해 살떨리는 악담을 늘어놓는다.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KKK단에 가담한 적이 있고, “깜둥이들은 나이 들어도 어린애” “우리 아이들이 흑인과 같은 학교와 교회를 다니는 게 말이 돼?”라는 말을 말을 쏟아내는 남부의 꽉막힌 노인이 돼 있다. 전작과는 다른 작품 속 캐릭터와 작품 분위기의 급격한 차이는 언론에도 충격을 안겨줬다. NYT는 13일 서평에서 “’파수꾼’ 속 애티커스 변호사는 ‘앵무새 죽이기’의 오랜 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은 애티커스의 태도가 남부의 뿌리깊은 정치적 복합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파수꾼’을 본 뉴욕의 편집자가 아마도 더 넓은 범위의 독자가 읽기에는 너무 부적합한 내용이라고 보았기에 ‘앵무새 죽이기’로 다시 쓰기를 권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하퍼 리의 편집자는 1957년 ‘파수꾼’의 원고를 받고는 “많은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충분한 인생과 지혜와 위트가 있었다”고 후에 술회했다. 영국 언론 텔레그라프는 ‘파수꾼’에서 ‘앵무새 죽이기’의 가능성을 본 그 편집자는 낙천성과 통찰력 면에서 ‘퓰리처상 감’이라고 비꼬았다. 문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텔레그라프는 ‘파수꾼’이 소설가와 주제 사이의 거리가 확보되지 못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역시 ‘파수꾼’이 ‘앵무새 죽이기’만큼 잘 쓴 소설은 아니라면서 묘사가 표면적이고, 3인칭 시점이 무계획적으로 사용됐으며, 남부 인종차별 역사에 대한 무거운 설교가 들어가 더 ‘과격하고 야심적이며 정치적인 작품’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파수꾼‘의 한국어판은 14일 오후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발간되기 전 선주문이 쇄도해 미국에서 200만부, 한국측 출판사인 열린책들은 10만부를 초판으로 찍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파수꾼’의 평가는 이제 온전히 독자의 몫을 남겨두고 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