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다, 부족하다 7월 3주차 주요 영화 간단평◇ ‘연평해전’ 500만명 돌파…올해 한국영화 중 유일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이 개봉 23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국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유일한 500만 영화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연평해전’은 15일 5718개 스크린에서 3237회 상영돼 9만1619명을 불러 모은 데 이어, 16일 오후 1시 기준 3만2076명을 추가해 500만 관객을 넘겼다(누적관객수 500만159명).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중 500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은 ‘연평해전’ 포함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612만명), ’쥬라기 월드’(539만명) 등 4편이다.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연평해전’을 제외하고 4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 2위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387만명)이다.‘연평해전’은 여름영화의 포문을 여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22일 개봉)이 개봉하기까지 주말 포함 일주일이 남아 있어 올해 흥행 순위 3위에 올라있는 ‘쥬라기 월드’의 기록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일어난 국군과 북한군의 실제 교전을 영화화했다. 영화는 월드컵 열기에 잊혀진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스크린에 담았다. 교전이 일어난 날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리던 날이었다.김무열, 진구, 이현우 등이 출연했고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인 김학순 감독의 두 번째 장편극영화 연출작이다.◇“전작과 분명히 다르다”… 최동훈 감독 ‘암살’ 첫공개  “‘도둑들’과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클래식하고 정공법적인 방법으로 하면(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1년 동안 이(‘암살’) 시나리오를 썼는데, 폐기처분하고 다시 썼어요. 저에게는 분명히 도전이었어요”올 여름 극장가 최고 기대작 ‘암살’이 처음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최동훈(44)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두렵다”며 이렇게 말했다.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암살’은 그가 지금껏 만들어온 작품과는 결이 다른 영화였다. ‘도둑들’(2012) ‘전우치’(2009) ‘타짜’(2006) ‘범죄의 재구성’(2004) 등 그의 전작들이 장르와는 무관하게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관객을 러닝타임 내내 몰아쳤던 것과는 달리 ‘암살’은 예상보다 더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그도 그럴 것이 ‘암살’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싸운 암살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암살단과 이들을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 임시정부 내부의 적에 청부살인업자가 얽히고 설킨다.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최동훈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현란하고 속도감 있는 편집과 통통 튀는 대사 감각을 모두 버렸다. 일례로 ‘암살’에는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우린 잊으면 안돼”와 같은 영화의 메시지를 암시하는 직접적인 대사들이 등장한다. 이런 대사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최동훈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겪었던 고충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내가 시나리오를 이렇게 못 쓰는 사람이었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잘 써야 배우들이 잘 할 텐데’ 이런 자괴감으로 2년(시나리오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그는 이전과 시나리오 쓰는 방식을 달리했더니 “그때부터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예전에 제 영화는 캐릭터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빠르게 말하고 그런 것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관객이 인물들을 천천히 알아가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고난의 시절이었어요.(웃음)”그렇다고 해서 ‘암살’이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정우와 오달수, 조진웅과 최덕문은 간간이 최동훈식 유머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동훈 감독은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켜가면서 최선을 다해 양념을 넣으려고 했다”고 했다.‘암살’에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도둑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오달수, 이경영, 최덕문, 그리고 조승우가 특별출연한다.흥미로운 건 주인공이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이라는 것. 하정우, 이정재 등 주로 타이틀롤을 맡는 남자배우를 제치고 여배우가 ‘암살’과 같이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영화에 주인공을 맡는 건 최근 한국영화에 없던 일이다.전지현은 “연기를 하는 것보다도 여자주인공이 주가 돼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면서도 “동료 배우와 감독님의 배려로 부담감을 떨쳐냈다”고 밝혔다.전지현이 맡은 역할은 암살단 대장 ‘안옥윤’이다. 만주 독립군의 스나이퍼로 백발백중의 사격술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는 “총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집에서도 총 다루는 연습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이정재는 암살단을 모으는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을, 하정우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을, 오달수는 하와이 피스톨을 보좌하는 ‘영감’을 연기했다. 조진웅은 신흥무관학교 마지막 멤버로 암살 작전에 투입되는 ‘속사포’를, 최덕문은 폭탄전문가 ‘황덕삼’을 맡았다.영화는 22일 개봉한다. ◇아니올시다…‘쓰리 썸머 나잇’(감독 김상진)‘쓰리 썸머 나잇’은 ‘행오버’(감독 토드 필립스)가 아니었다. 어차피 최소한의 개연성도 갖추지 않은 이야기의 영화이기에 이 작품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설득력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제는 웃기냐 안 웃기냐다. 결론은 안 웃긴다. 관객의 웃음을 짜내기 위해 수없이 반복됐던 패턴의 코미디가 또 반복된다. 2000년대 초반에 보던 ‘주유소 습격 사건’식 코믹소동극의 패턴 그대로라면 감이 오려나.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 사건’(1999)을 연출했다.◇글쎄…‘픽셀’(감독 크리스 콜럼버스)‘픽셀’은 상상 자체가 기발한 영화이기는 하다. 80년대 유행하던 비디오 게임 형태를 한 악당이 나타나고, 그 당시 그 게임에 미쳐있던 ‘너드’들이 이들을 물리친다는 설정. 이 생각을 영상이미지로 만든 컴퓨터 그래픽을 보는 것도 즐겁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영화는 딱 애덤 샌들러가 출연하는 코미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상력이 영화 배경을 설정하는 데서 그치니 흥미가 오래 가지 않는다. 갤러그나 팩맨 같은 게임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추억에 빠질 수도 있다.◇글쎄…‘다크 플레이스’(감독 질스 퍼켓-브레너)‘매드 맥스’의 성공을 이끌었던 두 주인공 셜리즈 시어런과 니콜라스 홀트가 나오고, ‘나를 찾아줘’의 원작자인 길리언 플린의 또 다른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에서 ‘다크 플레이스’는 일단 주목할 만한다. 문제는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조지 밀러도, 데이비드 핀처도 아니라는 점이다. ‘다크 플레이스’ 역시 ‘나를 찾아줘’와 마찬가지로 스릴러물. 그런데 이 스릴러에는 스릴이 없다. 치명상을 입은 영화가 제대로 굴러갈리 없다. 물건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데 파는 방식이 잘못된 상황이다. 그래서 지루하다.◇만세!…‘인사이드 아웃’(감독 피트 닥터)픽사는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렇다. 이 창의적이고 사려 깊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그들의 30주년 작품을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감동의 정점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방식으로 내놨다. 그렇다. ’인사이드 아웃’은 걸작이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가장 설득력 있는 형태로 이미지화하는 상상력, 인간이라는 존재에 조심스레 접근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는 어떤 영화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것이다. 볼까 말까 고민하지 마시라.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다.◇글쎄…‘손님’(감독 김광태)‘손님’ 속 네 가지 코드, ‘손 없는 날’이라는 토속 신앙과 서양 전설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리고 폐쇄된 집단의 광기와 부성애는 분명 흥미롭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포함한 영화는 다양한 관객이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며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물론, 잘 만들어졌을 때. ‘손님’의 취약점은 ‘감정 설득의 결여’다. 다양한 콘셉트를 교직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캐릭터와 캐릭터, 사건과 사건 사이를 이어줄 감정의 연결 고리를 놓치고 말았다. 정서가 흔들리니 서사도 흔들리고 만다. 이 상황에서 남는 건 결국 ‘피리 부는 사나이’의 한국화뿐이다. 이 정도로 관객을 끌어 모을 수는 없다.◇글쎄… ‘인시디어스3’ (감독 리 워널)조금 겁은 나지만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 그리고 가끔 유머러스한 미국식 공포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소녀와 그가 사는 집, 그리고 퇴마사의 등장은 공포물을 즐기는 관객에게 매우 익숙한 설정이다. 영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그대로 흘러간다. 그렇게 그대로 흘러가다가 끝난다. ‘인시디어스3’는 전작의 프리퀄과 같은 작품이다. ◇아니올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영화가 후속작이 나올수록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이라는 대사에 모든 관객이 전율을 느끼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 이 대사는 웃음거리가 됐다. 어쩌다 이렇게 망가진 것일까. 이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앨런 테일러 감독은 자신이 펼쳐놓은 서사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자 ‘이 죽일 놈의 추억팔이’를 들고 나왔다.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터미네이터1, 2 연출)은 또 무슨 생각이었을까.◇글쎄… ‘연평해전’(감독 김학순)2002년 6월29일 발생한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했다. ‘휴먼 감동 실화’라는 수식어처럼 전반부에는 북한군과 교전을 벌였던 군인들의 인간미를 그리고, 후반부에는 이들의 전투를 담았다. 군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영화다. 우리는 전사자들을 좀 더 명예롭게 떠나 보낼 의무가 있다. 하지만 앞뒤 상황을 전혀 모르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그저 그런 전쟁영화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더 복합적인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연평해전’은 너무 단선적이다. ◇아니올시다… ‘쥬라기 월드’(감독 콜린 트레보로)1993년 ‘쥬라기 공원’ 첫 번째 작품 이후 이 시리즈는 이미 망가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했다. ‘쥬라기 월드’는 영화라기보다 125분짜리 정교한 공룡 동영상에 가깝다. 22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이제와서 반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퓨터그래픽이 날로 향상하는 시기에 이 정도 기술력에 압도당할 관객이 있기나 할까. 이 영화가 공룡이라면 좋아 죽는 삼둥이 대한·민국·만세를 겨냥한 영화라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견제할 수 있는 한국영화가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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