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일종의 ‘외모 지상주의자’다.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면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고 해도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외모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47쪽)“냄새나고, 서툴고, 남의 걸 흉내 내고, 아니 심지어 제대로 흉내 내지도 못한… 그런 거짓말들은 거짓말 전체를 능욕한다. 거짓말은 그럴듯해야 한다. 말이 되어야 한다. 아름답다면 더 좋다. 내가 생각하는 거짓말은 그랬다. 거짓말주의자에게도 도덕이 있는 것이다.”(86쪽)올해 제2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한은형의 ‘거짓말’이 출간됐다. 한은형은 총 291편의 경쟁작 가운데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거짓말’은 1996년을 배경으로 한 고1 여학생 최하석의 성장소설이다. 최하석은 부족할 것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른들의 허위의식을 경멸한다. 뭔가를 하려고 지나치게 애쓰는 것, 그럴 듯해 보이려는 것에 마음을 거북해한다.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지닌 그녀는 교실에서 남자 아이와 맨몸으로 커튼을 덮고 자다가 걸린 사건으로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다. 이후 경기도의 변두리에 있는 한 고등학교로 가게 된 하석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다.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이해받기를 애초에 포기하고, 상대가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하석에게 거짓말은 즐거운 유희이자 자신의 상처를 들키지 않기 위한 생존 도구에 가깝다.그녀는 타인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내뱉으며 자살을 결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할 좋은 딸이자 모범생인 언니때문이다.세상을 이미 떠난 언니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 자신의 부모를 보며 자살 방법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PC통신에서 만난 ‘프로작’을 만나 삶이 바뀐다.한은형은 한 인터뷰에서 “독자가 작가가 쓴 것을 보되 작가가 쓰지 않은 부분을 떠올리게끔 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살고 싶었던 삶과 현실의 삶은 다르기 마련이다. 작가는 누구나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삶의 이상향’을 17살 소녀의 눈으로 드라마틱하게 풀어냈다. 33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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