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관련 법안이 강화되고 이에 따른 관련업체의 개인정보 수집이 간소화되고 있지만 정작 자세한 고객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는 택배회사 등에선 개인정보 관리에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대구 일대의 택배사무실 곳곳에서 개인정보가 담긴 송장을 허투루 관리하는가 하면 심지어 상차 후 남은 일부 송장을 길거리에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11일 오후 1시 46분께 대구시 수성구 상동의 C택배회사 사무실에는 추석명절을 한 달여 앞두고 미리 택배를 보내기 위한 손님들로 분주했다. 사무실 문 옆에 놓여 진 정수기 옆으로 택배상자를 쌓아두는 자리가 마련돼 있었는데 이미 30여개가 넘는 크고 작은 상자들이 송장이 붙여진 채 가득 쌓여져 있었다. 택배상자에 붙은 송장은 물건을 맡기러 온 사람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는데 주소와 휴대폰 번호 등의 확인이 쉬어 자칫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었다.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직원들의 송장관리도 허술했다.당시 택배박스 옆으로는 직원이 붙이다 만 송장뭉치가 있었는데 여러 장이 펼쳐진 채 놓여 져 있어 고객들의 인적사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사무실 곳곳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송장들에서도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이 업체 관리자는 “원래는 송장 등 고객정보에 있어 엄하게 다루는데 오늘은 물건을 맡기러 온 손님들이 많다보니 자칫 실수를 범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다른 택배업체들도 송장관리에 있어 별반 다르지 않았다.12일 오전 7시 52분께 대구시 중구 남산동의 D택배업체는 물건을 보내기 위한 상차를 마친 뒤 송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무실 인근 길가 곳곳에서 버려진 송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북공고 버스정류소를 비롯해 택배사무실 옆 빈터 등에서 하나, 둘 씩 분류한 송장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송장에는 고객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경북공고 버스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오나현(여·29)씨는 “출근을 할 때마다 이 일대에서 간간히 버려져 있는 송장들을 확인하게 된다”며 “직장 때문에 대구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이런 송장들을 보게 되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다”고 말했다.일각에선 택배업체 등으로 비롯되는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성폭행, 빈집털이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2012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단순 주거침입 범죄는 모두 6400여건으로 2007년의 4819건에 비해 32% 이상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거침입 범죄는 2007년 4819건에서 2008년 5595건, 2009년 5771건, 2010년 5507건, 2011년 6390건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0년 발생한 성폭력 범죄 중 26.6%에 해당하는 5298건이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 등 주거지에서 발생했으며 살인 범죄 역시 43.9%인 554건이 주거지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매년 개인정보 등으로 비롯되는 주거침입, 성범죄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른 해결책은 답보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고객정보를 수집하는 업체들의 보다 완벽한 고객정보 관리를 위해 대구시와 지자체, 경찰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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