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요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는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음 속 우울과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 채 방치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형태로든 고름이 터져나오게 된다. ‘오피스’는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극단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삭막하고 피상적인 현실 사회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아찔하고 무시무시하다. 잔인하고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하기엔 주인공의 복수가 선사하는 통쾌함이 있다. ‘오피스’의 큰 갈래는 이미례(고아성 분)와 김병국(배성우 분)의 이야기로 나눠진다. 미례는 당장 내일이 어찌 될 지 모르는 절박한 인턴이고, 김병국은 융통성 없이 성실한 만년 대기업 과장이다.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종적을 감춘 김병국은 다시 회사로 출근하고 동료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경쟁이 과열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 성인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다. 생각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영화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이며 피해자라는 사실을 콕 집어 말해준다. ‘오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드라마와 스릴러가 적절히 조화됐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놀라는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니 긴장해야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쫀쫀한 긴장감이 영화의 매력이다. ‘오피스’는 ‘추격자’, ‘황해’ 등을 각색한 홍원찬 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은 글솜씨만큼이나 타고난 연출력을 자랑하며 다음 영화에 대한 기대를 걸게 만든다. 제68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8월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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