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사건을 기억하는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여성 10명이 강간당한 뒤 살해됐다. 범인은 잡히지 않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2000년대 들어서는 유영철 연쇄살인사건이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무려 20명을 살해했다. 범인은 사체 일부를 먹기도 하는 등 잔혹함을 보였다. 이처럼 인간의 잔혹성을 드러내주는 폭력과 살인과 파괴는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이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신경범죄학의 권위자인 에이드리언 레인이 저서 ‘폭력의 해부’를 통해 이를 낱낱이 파헤친다. 그는 ‘왜 어떤 이는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이는 그러지 않은가?’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35년 동안 그 실체 파악 연구에 매달려왔다.저자는 사이코패스의 생리를 알기 위해 교도소에서 4년간 근무했고, 폭력범죄자에게 뇌 영상 연구를 최초로 적용했다. 폭력 행위자, 살인자, 사이코패스 등 범죄자들은 특정 유전자의 결함이나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거나 정상적 작동을 멈춘 뇌 때문에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얘기다. 먼저 범죄의 유력한 용의자로 꼽히는 유전자를 보자. 저자는 모노아민 산화효소A를 생산하는 MAOA 유전자는 충동성 통제, 주의력, 기타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신경전달물질에 대사작용을 하는데 이 유전자가 결핍되면 낮은 IQ, 낮은 주의력, 높은 충동성, 중독성 약물 남용 등을 초래하며 공격성을 유발한다고 본다.뇌도 마찬가지다. 고장난 뇌는 쉽게 범죄를 유발한다. 이들 범죄자는 위험 상황에 처해도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동안에도 태연해 식은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이들은 전전두엽피질, 편도체, 해마, 각회 등 뇌의 특정영역 기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떨어졌다.저자가 유전자와 뇌 중심으로 범죄와 폭력을 연구한 이유는 바로 이 운명적 한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보자는 취지에서다. 흐름출판. 640쪽.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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