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이 15일 개봉 25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국내 개봉 영화로는 16번째 1000만 영화이고, 한국영화로는 12번째 1000만 영화다. 올해 개봉 영화 중에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1049만명)에 이어 2번째 1000만 영화다.최동훈 감독은 윤제균 감독(‘해운대’ 1145만명, ‘국제시장’ 1425만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1000만 영화 두 편을 만들어낸 감독이 되며 명실상부 최고의 흥행 감독 반열에 올랐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을 포함해 연출작 5편을 모두 흥행에 성공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범죄의 재구성’ 212만명, ‘타짜’ 684만명, ‘전우치’ 613만명, ‘도둑들’ 1290만명).오달수는 ‘암살’의 1000만 관객 돌파로 무려 6편(‘괴물’ ‘도둑들’ ‘7번 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됐다.주연을 맡은 배우 전지현과 이정재는 ‘도둑들’에 이어, 조진웅은 ‘명량’에 이어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갖게 됐다. 하정우와 이경영은 첫 1000만 영화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암살’의 1000만,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나씩 짚어봤다.◇’이래도 안 봐?’…멀티플러스알파캐스팅‘그 영화 누구 나와?’ 대중이 어떤 영화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 가장 먼저 던지는 말이다. 어떤 배우가 나온다고 하면 일단 반응이 갈린다. 거칠게 분류하면 ‘진짜? 그럼 봐야겠네’ 혹은 ‘걔 별로야. 그냥 안 봐야겠다’ 둘 중 하나다. 누가 뭐라 해도 영화의 가장 큰 힘은 배우, 결국 스타다.‘암살’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갖춘 두 배우를 확보했다. 이 원투 펀치는 바로 하정우와 전지현. 두 배우는 관객동원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되는 배우다. 안티팬이 없다시피하고, 특히 여성 관객에게 인기가 좋다. 하정우는 특유의 유머러스함과 섹시함으로, 전지현은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이른바 ‘워너비’다. 게다가 하정우와 전지현은 2012년 영화 ‘베를린’에서 이미 좋은 호흡을 보여준 바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두 스타가 나오는 ‘암살’이 궁금하고,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여기에 이정재, 조진웅, 오달수, 김해숙, 이경영, 김의성, 진경 등 한국영화계의 보물 같은 배우들이 힘을 보태고, 조승우가 특별출연했다. ‘암살’은 단순 멀티캐스팅 영화가 아니다. 강력한 원투 스트레이트에 양손 훅, 집요한 잽까지 갖춘 ‘멀티플러스알파캐스팅’ 영화다. ‘암살’은 배우만으로도 ‘이래도 안 볼 거야?’라고 묻는 영화다.◇이야기와 캐릭터를 주무르는 스타감독 최동훈국내 영화감독 중 스타 감독을 딱 3명만 꼽으라면, 봉준호·박찬욱, 그리고 ‘암살’의 연출자 최동훈이다. 최동훈 감독을 스타 감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암살’을 포함해 그가 내놓은 5편의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객이 그의 이름을 안다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최동훈 영화는 무조건 재밌다는 풍문이 떠돈다. 이름은 몰라도 ‘타짜’ 만든 감독 혹은 ‘도둑들’ 만든 감독이라고 말하면 웬만한 관객은 그를 안다. 최동훈 또한 관객을 끌어들이는 하나의 브랜드다.최동훈 감독은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이야기꾼. ‘그 사람 영화는 재밌어’라는 건 최동훈 감독이 ‘말 그대로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낼 줄 알기 때문이다. ‘암살’은 암살단, 임시정부와 임시정부 내부의 적, 청부살인업자, 일본군 수뇌와 친일파, 여기에 출생의 비밀까지 다양한 인물과 각기 다른 이야기가 결합한 영화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의 부분들을 통제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전작 4편도 최동훈의 이야기 능력이 발휘된 작품이었다.최동훈 감독은 또 멀티캐스팅된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연출가이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면서도 모든 배우들을 각기 다른 매력으로 빛나게 해주는 캐릭터 조형가이기도 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최동훈 감독은 멀티캐스팅의 귀재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면서도 영화의 시점이 흐려지지 않는다. 관객이 그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재미와 감동 모두를 잡다‘암살’은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다. 최동훈 감독의 전작 4편은 영화적 쾌감만을 선사하는 ‘오락’영화였다. 앞선 네 작품에서 최동훈 감독의 태도가 ‘재미만 있으면 되지’였다면, ‘암살’에서 그의 태도는 ‘재미와 감동을 그대에게’다.이야기를 구성하고 각 캐릭터를 살리는 장르영화에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감독들이 그들의 영화에 감동이라는 코드를 주입할 때 두 요소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주제의식과 따로 노는 가벼운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장르의 쾌감을 살리지 못해 무겁기만 한 영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암살’은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보고 난 후에 의미가 느껴지는 영화”라며 “독립군 소재를 쓰면서도 가벼운 애국심을 활용하지 않은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이 좋았다”고 평했다. ◇다같이 즐겨요‘명량’(1761만명)이 그랬고, ‘국제시장’(1425만명)도 그랬다. 결국 1000만 영화는 중년 관객과 가족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때 이뤄진다. ‘암살’은 남녀노소 누구나 각자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고, 자극적이지 않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또 넉넉한 유머도 갖췄다.독립군 암살단이라는 소재를 택했다는 점 또한 ‘암살’의 1000만 관객 달성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줬다. 일제강점기와 독립군, 그리고 항일무장운동이라는 건 그 시대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나라 관객 입장에서는 매혹적인 소재일 수 있다. 다만, 이를 ‘애국심’으로 과장해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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