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째 대구시 동성로에서 미용실을 운영해오고 있는 한 원장은 지난달 22일 폐업을 결정했다. 고졸로 일본에서 미용을 배운 그는 월급쟁이 미용사 생활을 십수년간 해오다 1992년 동성로에 H미용실을 개업했다. 당시엔 어지간한 대졸 회사원보다 두, 세배 이상의 수익을 냈지만 8-9년 전부터 인근에 미용실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크게 줄어 하루에 3-4만원을 버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원장이 정작 폐업을 결심한데는 따로 이유가 있었다.최근 건물주가 150만원인 월세를 단박에 1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한 것.원장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챙겨주는 직원 인건비보다 부담이다”며 “차라리 기업형 미용실의 월급쟁이 미용사로 일하는 것이 영세 미장원을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최근 사업 성공의 메카로 불리는 대구시 동성로 일대가 ‘폐업’이란 글자에 물들고 있다.거리마다 어렵지 않게 눈물 젖은 폐업안내문을 목격되고 있는 것.텅 빈 점포엔 ‘임대문의’가 나붙어 있었고, 일부 옷가게에선 큼지막하게 ‘점포 정리 세일’이라고 붙이고 막바지 장사에 임하고 있었다.폐업을 결심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바로 임대료 문제다. 직원의 인건비도 문제지만 고액의 월세 등 임대료가 매출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폐업을 하는 사장들의 주장이다.지난 9일 동성로 일대서 운영했던 막창집을 폐업했다는 장모(여·42)씨는 “정부와 언론 등은 최근 인건비 인상 문제와 관련, 8.1%가 오른 시급 450원 인상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한꺼번에 30%씩 오르는 자본의 지대추구인 월세 인상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월세의 폭발적 상승은 서비스료 상승과 상품가격 상승의 원천으로 대구시민 경제 전체에 부담을 안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동성로의 폐업하는 상가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체계적으로 도와준다는 업체도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동성로 내 일부 가로등에서 폐업을 체계적으로 도와준다는 ‘폐업 컨설턴트’란 내용의 전단지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이들 업체에 따르면 대구의 자영업자 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있는데 이들 중 60%는 3년 내 폐업을 한다. 남은 40% 역시 10년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서울이나 부산 등 다른 대도시보다 대구에서 사업을 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와 만나는 사업주들 대부분이 울먹이는 말투로 상담에 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모두가 창업 당시 거대한 꿈을 안고 사업에 임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자용업자 수는 566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7000명이 줄었다. 하루에 1만5531명이 폐업을 한다는 얘기다.창업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그냥 몫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창업을 결심하는 것 보다 시간을 갖고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몫이 좋다는 이유로 거액의 임대료를 내야하는 곳에서 제 살 깎기 식의 동종 업종을 추구하기보다 지역에 상관없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한 전문가는 “대구에서 창업을 하다 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조건 하면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갖고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라며 “거액의 임대료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서도 살아 위해선 무엇보다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인드를 갖고 차별화된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