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영천에 있는 실리콘 제품 세정공장에서 발생한 질산 혼합물 누출사고는 2012년 9월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와 같이 인재(人災)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에 있는 실리콘 제품 제조업체인 SRNT의 건물을 임대받은 실리콘 제품 세정공장인 SSI 내 폐액(질산혼합물) 저장탱크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실리콘 제품 세정을 하고 나온 질산 60%와 물 35%, 불산 등 5%가 섞인 폐액을 저장하는 탱크 유량계의 연결 부위가 파손되면서 일어났다. 업체 측은 누출된 화학물질 양이 적다는 이유로 자체 처리를 시도, 폐액 처리업체가 현장으로 가던 도중 폐액이 흘러 넘칠 경우 가두는 역할을 하는 방유벽에서 어른 손가락만한 구멍이 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 이 사고로 10톤 짜리 저장탱크에 들어있던 5톤 중 4톤 가량의 혼합물이 누출됐고, 질산 등이 공기와 만나 산화하면서 노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러나 이 업체는 2시간여 동안 신고를 지체하다 오후 1시가 가까워서야 소방당국 등에 신고하는 등 늑장 대응했다. 이 업체 대표는 “내일 탱크에 있던 폐액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누수가 발생했고, 누수량이 적어서 자체 처리하려다가 일이 커졌다”면서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특수화학구조단이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한 결과 공장 내 누출 지점에서 불산 25-30ppm, 질산 50ppm이 검출됐으나, 마을에서는 불산과 질산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주민들은 가벼운 두통을 호소했고 주민 10여명은 병원 진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과 영천시는 사고 이후 뒤늦게 공장 인근의 원기리와 삼호리 주민 200여명을 금호체육관으로 대피시켰다.오후 4시께 저장탱크 주변으로 흘러들어간 하수구 등지에 소석회와 모래 등으로 중화작업과 폐액 수거작업을 모두 마쳤다. 누출된 4톤의 혼합물 중 3.5톤은 모두 수거했고, 하수구나 인근 밭으로 스며든 0.5톤에 대해서는 방제작업을 했다. 금호체육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영천시와 소방당국의 대처에 불만을 쏟아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어린이집 관계자는 “교사가 낮 12시40분께 노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원생 6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며 “당시에는 대피령 조차 없었고 소방서에서는 ‘될 수 있으면 멀리 가라’는 말만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읍사무소에 대피방송을 해 달라고 애원하고 나서야 대피령을 내릴 정도로 대처가 미흡했다”며 “이번 사고도 전형적인 인재이고, 대처도 후진국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확인 결과 소방당국은 이날 낮 12시43분께 신고를 접수한 뒤 오후 1시30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권유했고, 영천시도 뒤늦게 주민 대피를 유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천시와 경찰은 정확한 누출 원인과 누출량, 성분 등에 대한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업체 측의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영천시는 또 대구환경청의 대기 검사에서 질산이나 황산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대피령을 해제할 방침이며, 앞으로 주민 건강검진 등의 대책을 세운다. 한편 2012년 9월 27일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휴브글로벌에서 불산가스가 누출돼 작업중이던 직원 등 5명이 숨지고 소방관, 경찰, 주민 등 1만1000여명이 불산가스에 노출돼 검사와 치료를 받았으며 마을 2곳이 불산가스로 뒤덮혀 큰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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