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 론다조는 낮에는 마켓에서 일하고 밤에는 작은 클럽에서 무명 밴드 ‘더 플래쉬’의 보컬로 사는 여자다. 리키에게는 가족이 있다. 하지만 그는 ‘록스타’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오래 전 가족을 떠나 홀로 로스앤젤레스에 왔다. 어느 날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딸 줄리가 이혼하게 됐다는 것. 리키는 ‘멘붕 상태’인 딸을 위로하기 위해 가족을 찾는다. 하지만 장성한 딸과 아들들은 가족을 버린 엄마 리키를 반기지 않는다.영화 ‘어바웃 리키’를 연출한 조너선 드미 감독은 영화를 더 잘 만들 수 있는 연출가다. 드미 감독은 ‘양들의 침묵’(1991)이라는 희대의 스릴러를 탄생시킨 장본인. 물론 ‘어바웃 리키’는 스릴러가 아닌 가족드라마다. 하지만 드미 감독은 2009년 자신이 가족영화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이미 증명했다. ‘레이첼, 결혼하다’는 ‘꽤나 좋은’ 하드코어 가족영화였다. 그의 전작과 비교할 때 ‘어바웃 리키’는 매우 실망스러운 작품이다.‘어바웃 리키’는 ‘얼렁뚱땅’ 만들어진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메릴 스트리프라는 대배우에 기대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 이 영화가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 애초에 깊게 접근하려 하지 않는 걸 비난할 이유는 없다. ‘어바웃 리키’의 모토는 ‘얕지만 유쾌하게’로 보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서사는 필요하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란 기본 뼈대가 ‘어바웃 리키’에는 없다. 드미 감독은 이 과정을 모두 메릴 스트리프의 연기로만 때웠다.꿈을 위해 떠나버린 엄마, 가정을 돌보지 않은 엄마에 대한 자식들의 원망, 결혼하자마자 이혼하게 돼 정신적 아노미에 빠진 딸,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부부, 길러준 엄마와 낳아준 엄마의 대립 등 ‘어바웃 리키’는 가족과 관련한 온갖 화두를 던져 놓고 나몰라라 한다. 이 모든 갈등을 수습하는 방법은, 엄마 리키와 밴드 더 플래쉬의 공연이다. 그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간단하게 서로를 용서하고, 쉽게 평화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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