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전만 해도 `불안장애`라는 공식 진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장애는 이제 신경정신과를 찾아야 하는 정신질환 중 가장 흔한 병이 됐다. 미국에서 정신건강 관리에 드는 비용의 31%가 불안 치료에 사용된다. 한국도 다르지 않아 지난 5년 사이 불안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22.8% 늘었다. 우리 시대 거의 모든 사람은 만성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고 한다. 종종 불안을 근대성의 문화적 징후로 분석하기도 한다. 잇따른 경제위기, 빠르게 증가하는 소득불평등, 사회 전반적인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안은 현대를 특징짓는 심리적 현상이다.평생 이 병을 앓아온 환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콧 스토셀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에서 현대병인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3000년간 불안에 관해 쓰인 수십만 장의 글과 함께 자기 자신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자신을 비롯해 살면서 한 번은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에게 불안에 관한 이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는 거의 모든 분야와 시대의 불안에 관한 지식을 강박적일 만큼 망라한다. 스토셀은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불안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지적 노력의 역사를 전방위로 파고드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불안의 원인으로 지목한 `검은 답즙`에서 오늘날 생의학적 관점의 전통을 발견하고 키르케고르와 플라톤의 철학적 견해를 들여다보는 한편 찰스 다윈, 지그문트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등 19세기 학자들의 연구를 지나 현대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최전선까지 나아간다.글쓴이의 지적 여정은 학술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아주 구체적인 사례를 동반해 이 광범위한 탐구의 면면을 더 생생하게 한다. 수행 불안에 시달린 스포츠 스타의 인터뷰나 전쟁에 나간 군인들이 어떤 후유증에 시달리는지 보여주는 촘촘한 증언과 통계도 그 중 하나다. 또 위대한 학자인 다윈과 프로이트가 평생에 걸쳐 공포증이나 신경성 위장병과 싸워온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휴 그랜트 등 대중예술 분야의 유명인들조차 남들 앞에 서는 일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도 들려준다.오늘날 신경과학과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불안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스토셀은 이런 상충하는 견해를 차례로 다루며 불안장애에 관한 우리의 의문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돕는다. 항불안제는 과연 불안을 치료하는지 아니면 제약업계의 이윤 때문에 불안이 공식적인 병이 되었는지 정신약리학의 역사 속에서 추적한다. 또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동물행동학, 유전학과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불안한 기질은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양육 과정에서 얻게 되는지에 관해 묻고 또 묻는다. 홍한별 옮김, 496쪽, 2만2000원,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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