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생태문화관광도시의 고장 울진의 속살을 간지럽힌다.울진은 예부터 ‘신선의 땅’으로 불렸다. 울진의 옛 이름은 ‘선사’이다. ‘신선이 떼배를 타고 유유자적 자연에 묻혀 삶을 영위하는 고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해파랑길’은 동해를 박차고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삼아 걷는다는 뜻을 지닌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10개 구간 50개코스를 지닌 770Km의 걷기 길이다.이 중에서도 동해안의 절경과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78.3Km의 울진 구간’은 청람빛 바다와 동해로 치닫는 강과 이를 터전으로 삶을 일궈 온 갯사람들의 곡진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최고의 ‘힐링에코로드’이다.◆ 8000년전 고대사의 비밀을 품은 외세저항의 현장 죽변항‘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의 북쪽 관문이자 해산물의 보고 죽변항의 옛 이름은 ‘죽진(竹津)’이다.낙동정맥이 동쪽으로 뻗어 이룬 동해안 천혜의 항구이다. 죽변항을 에돌아 감싸고 있는 죽변곳 일대에는 청동기시대 유물인 패총무지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삼국시대 당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죽변성 유적과 당시 사용했던 ‘전죽(箭竹; 대화살촉을 만든 시누대의 일종) 숲’이 해풍을 머리에 이고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또 죽변등대 구릉 일대에서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초기 ‘노’와 ‘목재선박 목편’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울진 죽변항 일대가 동해연안  고대사의 단초를 제공해주는 중요한 역사고고학적 유적지임을 확인시켰다. 지난 2010년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죽변등대 구릉 일대에서 출토된 목재유물이 8000년 전 신석기 시대 초기(BC 5500년 전)에 낚시 도구를 싣고서 물고기잡이에 쓰인 ‘목재 선박’과 ‘노(櫓)’로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과 함께 죽변이 동해연안 고대사의 현장임이 재확인됐다. 전죽 숲은 ‘왜구퇴치를 위해’ 고려시대에 조성된 군사용 대숲이다. 울진군은 전죽 군락지를 ‘대숲길’로 조성하고 ‘용의 꿈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죽변등대를 품고 해안절벽을 끼며 조성된 하늘을 덮은 대숲길에 들어서면 세상은 고요하고 오로지 절벽을 부딪는 푸른 파도소리뿐이다. 대가실 해변의 ‘하트해변’은 청람빛 바다의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울진바다의 정수이다. 두발을 담그면 청람빛 바다가 금세 온 몸을 물들이듯 가슴 속엔 어느새 울진의 바다가 출렁인다.죽변항이 주목받는 까닭은 비단 이것에 머물지 않는다. 죽변항이 동해안 제일의 항구로 각광받는 까닭은 대게와 방어와 오징어와 대구와 미역과 고등어와 꽁치 등 동해안 어종의 ‘종 다양성’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생태자연사박물관임과 동시에 전통문화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민속의 보고라는 점이다. ◆ 새로운 관광 명소 탄생 ‘남대천 은어아치 보행교’ 최근 울진에 또 하나의 ‘생태관광명소’가 탄생했다. 은어와 연어회귀천인 울진 왕피천과 남대천, 말루·현내항을 잇는 ‘남대천 은어아치 보행교’가 그것이다.바다와 강이 맞닿은 곳에 조성된 ‘은어아치 보행교’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장엄’이다.일출로 유명한 망양정은 월출도 장관이다. 해와 달이 모두 동쪽 바다에서 뜨지만 월출 시각이 일출시각보다 일정하지 못하다보니 달이 동해바다에서 뜬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해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면 일출 못지않게 감동적이다. 관동팔경 유람에 나선 송강 정철(1536-1593)이 ‘관동별곡’의 대미를 장식한 곳은 울진의 망양정이었다. 울진대종을 비롯해 전통체험장과 자연학습장 등이 조성돼 있으며 해발 45m 높이의 정상에 서면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또 하나의 관동팔경중 하나인 월송정은 구산해변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에 겹처마 팔각지붕으로 이루어진 이층누각에 오르면 울창한 송림 사이로 하얀 모래밭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쪽빛 동해바다가 출렁인다. 눈부신 햇살과 청량한 솔바람이 파도소리와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연출한다.◆ 해파랑길 해안도로 드라이브코스로 일품포항에서 울진방면으로 7번 국도 기성-망양 구간 제2터널을 벗어날 때 쯤 눈앞에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터널 안에서 바다를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터널이라 더욱 근사하다. 달리는 차안 터널에서 바라보는 바다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를 옮겨놓은 듯하다. 터널에서 빠져나와 망양정휴게소를 경유해 옛 구 7번국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도로변에 설치된 작은 나무 기둥을 종종 볼 수 있다. 오징어풍물거리로 조성된 이 거리에는 울진의 또 다른 명물 오징어를 건조하기 위해 설치돼 있다. 종횡으로 늘어선 건조대에서 말라가는 오징어 수백 마리를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건조 오징어는 일주일 정도, 반건조 오징어는 3일 동안 말리며 해풍에 잘 마른 오징어는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오징어판매장 주변 광장에는 대게동상과 바다를 배경으로 대게 트릭아트 포토존이 조성돼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매화면 덕신리부터 시작되는 해파랑길 해안도로는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특히 근남면 해안도로변 바로 옆에 높이 솟아있는 촛대바위가 있다. 바위 꼭대기에서 소나무가 자라는데 그 모습이 마치 초위에 촛불이 타는 것 같아서 촛대바위라 불린다. 최근 이곳은 해안 경계 철책선, 초소 등 군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해안 경관이 되살아나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 경관에 걸림돌이었던 군부대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관광지 이미지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