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A(여·51)씨가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에 커피숍을 차린 것은 지난달 초. 그러나 벌써부터 A씨는 이 커피숍을 다시 내놓으려고 생각 중에 있다. 커피숍을 차릴 당시만 해도 공인중개업소와 실주인은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 임대비가 높다고 했지만 막상 운영을 해보니 한 달 임대료가 버는 수익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 커피숍 인근으로 ‘임대’란 현수막이 걸린 업소가 2곳이나 됐다.A씨는 “이곳은 예전부터 커피숍으로 운영되던 곳이라 리모델링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렇게 한 게 천만다행이란 생각까지 든다”며 “하루 평균 3-4만원 주말 평균 7-8만원의 수익으로 매달 임대료 200만원을 내야하는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대구 중구 동성로 일대 자영업자의 수가 계속 몰리고 있지만 도소매와 음식업 등 진입 장벽이 낮은 곳으로 몰리고 있는데다 임대료 폭탄세례까지 거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대구 중심 상권으로 알려진데다 유동인구가 많아 큰 수익을 꿈꾸며 업소 등을 차린 자영업자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특히 이 같은 현상은 40-50대 연령층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회사를 그만둔 대구 일대의 베이비붐 세대들 상당수가 특별히 가진 기술이 없어 판매 위주의 창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퇴직금에 빚까지 더해 차린 업소는 고작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이같은 내용은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수는 8월말까지 562만1천명이다. 이는 지난해 말 565만2천명에서 3만여명 줄어든 수치다.문제는 전체 자영업자 수의 감소에도 도소매업과 숙박, 음식업 등에 종사하는 개인사업자는 늘고 있다는 것.도매 및 소매업의 사업체 수는 지난 2013년 96만388개로 2006년(86만5045개)에서 10만개 가량 늘었다. 이 기간 종사자수도 248만2358명에서 289만9955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에 숙박 및 음식점업의 사업체는 6만4522개(62만1703개→68만6225개), 종사자수는 31만9176명(167만2300명→199만1476명) 증가했다.음식점업의 대표주자인 치킨전문점(2013년)수는 2013년 기준 2만2529개로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았다.이들 업종은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를 중심으로 은퇴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관련전문가들은 이런 도소매, 음식업 등으로 베이비붐 세대들이 몰리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비이붐 세대들 대부분이 여윳돈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닌 ‘먹고 살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중소기업청의 실태 조사(2013년)에서도 자영업으로 뛰어든 동기와 관련한 물음에 ‘생계유지 위해서(다른 대안이 없어서)’를 꼽은 자영업자가 전체의 82.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창업을 통해 성공할 가능성이 있어서’와 ‘가업 승계를 위해서’는 각각 14.3%, 1.3%에 불과했다.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 자영업을 시작한 비율은 2007년 79.2%, 2010년 80.2% 등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베이비붐 세대 등에게 ‘회사는 전쟁터였지만 밖은 지옥’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지만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창업에 뛰어든 뒤 쓴맛을 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이유는 다양했다. 한정된 ‘밥그릇’을 놓고 생계유지를 위한 자영업자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진데다, 이 같은 점을 노린 건물주들의 터무니없이 높은 임대료가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사업자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이를 단순 비교하면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폐업률을 보면 음식점이 전체의 22.0%로 가장 높았다. 편의점이나 옷가게 등의 소매업(20.5%)과 미용실, 네일숍 등의 서비스업(19.8%)의 폐업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사업 실패로 퇴직금을 고스란히 날리는 것은 물론 빚더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사업에 실패한 뒤 말 그대로 ‘야반도주’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IT여성기업인협회 서미숙 회장은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에 동종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제 살 깎는’ 노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결국 실패를 맛보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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