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영화로, 드라마로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셜록 홈스’. 헌팅 캡을 쓰고 파이프 담배를 문 채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관찰력을 뽐내는 천재 탐정의 활약은 1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원작자인 아서 코난 도일은 홈스의 인기를 부담스러워한 나머지 그를 한 차례 죽였다가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못 이겨 다시 살려낸 뒤, 그가 온갖 모험을 거친 후 은퇴해 영국 서식스 지방에서 양봉을 한다는 암시로 소설 시리즈를 끝맺었다.그 이후 노인 홈스는 어떻게 살았을까. 이 책은 ‘셜로키언(Sherlockian·셜록 홈스의 골수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질문에서 시작됐다. 저자 미치 컬린은 코난 도일이 봉한 홈스의 은퇴 후 삶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컬린이 재창조한 홈스는 성냥을 못 찾아 불을 붙이지 못한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쌍지팡이를 짚은 93세 노인이다. 체력은 예전만 못하고 기억력은 쇠퇴해 건망증에 시달리지만, 그의 날카로운 관찰력과 통찰은 여전하다.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하는 홈스의 말도 인상 깊다.“선생은 젊은 시절의 나의 오만함에 대해 말하고 있군요. 나는 이제 노인이고, 선생이 어렸을 적에 은퇴했소이다. 돌이켜 보면 젊은 시절의 그 모든 헛된 추리가 부끄럽소. 정말이오. 아시겠지만 우린 중요한 많은 사건을 망쳐 버렸소. 애석하게도 말이오.”(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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