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30분, 이산가족들의 시간은 그대로 멈춘 듯했다. 우리측 주최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대부분의 가족들은 60여년의 세월을 단박에 넘어선 듯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며 힘차게 부둥켜안았다.이날 오후 3시20분 상봉장에 먼저 도착한 남측 가족 389명은 북측 가족 141명을 기다리는 10여분 동안의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남측 가족들은 북측 가족들이 들어올 입구를 향해 시선을 집중한채 미동도 하지 못하는 듯 긴장된 모습을 보였고, 일부 가족들은 지정된 테이블을 벗어나 입구 앞까지 다가가기도 했다.상봉장에 기대와 설레임, 걱정이 교차하던 그 때 북측 가족들이 하나둘씩 남측 가족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남북의 가족들은 핏줄로 얽혀있는 서로의 관계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확인한뒤 너나 할 것 없이 부둥켜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상봉장에는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흘러 나왔다.이흥옥(68)씨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오빠 리흥종(88)씨를 대번에 알아봤다. 흥옥씨가 "오빠"하고 큰 소리를 외치며 달려 나가자 흥종씨의 눈시울이 금세 불거졌다. 흥옥씨가 자신의 조카이자 흥종씨의 딸인 이정숙(68)씨를 끌어당기며 "오빠, 오빠 딸이야, 딸"이라고 소개하자 흥종씨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흥종씨의 딸 이정숙(68)씨는 2살때 헤어진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 정숙이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김복순(76)씨는 회색 양복을 입고 검은색 중절모를 쓴 오빠 김한식(86)씨가 상봉장에 들어오자 "아이고, 아이고"라고 울부짖으며 오빠 앞으로 쓰러지듯 달려 나갔다. 복순씨는 오빠의 손과 어깨, 귀를 어루만지면서 "그렇게 예쁘던 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 됐어"라고 했고, 오빠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너무 오랜 세월 탓에 서로를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들도 있었다.손종운씨는 아버지 손권근씨의 명찰을 뒤집어 확인하고 나서야 아버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종운씨는 "태어나서 아버지 얼굴을 처음 보는데 어떻게 알아봐"라며 눈물을 흘렸다. 왼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한 권근씨는 "귀가 먹어서 잘 듣지를 못해"라고 말하며 아들의 손을 꽉 붙잡았다. 권근씨의 여동생 권분씨는 "내 생전에 오빠 얼굴 못 보는 줄 알았지"라며 오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2시간 동안의 짧은 단체상봉 이후 이들은 오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남측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서 다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된다. 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등을 포함해 2박3일 동안 총 6차례, 13시간 동안 만날 예정이다. 21일에는 개별상봉과 단체 상봉, 공동중식이 예정돼 있고 마지막날인 22일에는 눈물의 작별상봉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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