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섰고 현재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 심의를 하고 있는 서울 다보성고미술관 소장 ‘증도가자(證道歌字)’의 가짜 가능성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다보성 증도가자’는 2010년 9월 중원대 이상주 교수가 서법적(書法的) 분석 결과 금속활자 번각본(飜刻本)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와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을 뉴시스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제기하면서 꾸준히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충북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점을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모두 인위적인 조작 흔적을 발견하고 위조 가능성이 있다는 검증 결과 논문 ‘금속활자의 법과학적 분석방법 고찰’을 31일 충남 부여 한국전통문화대학교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에서 발표한다.국과수는 고인쇄박물관 소장 ‘증도가자’의 금속활자 CT에서 나온 이중(二重)의 균일한 단면을 위작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했다.국과수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보고서에서 ‘증도가자’로 규정된 활자들의 안쪽 밀도가 바깥쪽 밀도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금속을 녹여 통째로 주조하는 보통의 금속활자에서는 안과 밖의 밀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국과수는 ‘증도가자’로 분류된 ‘受(수)’ 자에서 먹을 덧씌운 흔적도 발견했다.국과수가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를 위작으로 확인하면서 문화재청이 보물 지정 신청에 따른 조사를 하고 있는 ‘다보성 증도가자’의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문화재청은 27일 해명 자료를 통해 “국과수 조사 대상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금속활자 7점’은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대상은 아니다”며 “국과수 조사 결과를 지정 신청된 모든 금속활자로 확대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문화재청은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와 문화재청이 심의하는 ‘다보성 증도가자’가 같은 활자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문화재청은 “지난 6월 구성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에서 제시한 의견에 대해 합리적·과학적·객관적으로 지정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조사단은 금속활자본과 복각본의 비교를 통한 서체 변화율, 금속활자를 덮고 있던 흙과 녹에 대한 보존과학적·금속학적 연구, X-ray, CT 촬영을 통한 내부구조·주조결함 등 제작기술 분석, 3차원 스캐너, 분광비교분석, 먹 입자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 필요성을 제시했다.지난해 문화재연구소가 ‘다보성 증도가자’ 검증을 용역 의뢰한 경북대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자 남권희 교수는 2010년 9월 다보성 측과 함께 증도가자 12점을 공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다보성 측은 2011년 10월 증도가자 101점에 대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증도가자’는 보물 758호인 목판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말미에 ‘원래 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1239년 목판으로 번각(飜刻)해 찍었다’는 기록이 있다.이후 ‘다보성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여부는 학계의 첨예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심의가 진행되지 않다가 지난해 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 결과에 따라 올해 새로 구성된 문화재청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에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문화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시대 금속활자 109점 중 증도가자로 볼 수 있는 활자는 62점이고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 측정 결과 1033-1155년에 만들어졌다.다보성고미술관 김종춘 관장은 27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탄소연대 측정으로 증도가자 인정을 받은 다보성 증도가자와 탄소연대 측정이 안 된 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위작 연계성을 일축하면서 “문화재청이 심의하는 유물을 흠집 내려는 음해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이어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를 놓고 학계에서 편 가르기 양상이 벌어지면서 문화재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국과수의 이번 ‘고인쇄박물관 증도가자’ 위작 발표가 ‘다보성 증도가자’의 국과수 검증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2010년 9월 공개 이후 전개된 진위 논쟁 일지△2007. 2-3 : 청주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증도가자’존재 확인 △2007.11-2008. 2 : 청주고인쇄박물관‘증도가자’분석조사 △2010. 9. 1 : 다보성고미술관.남권희 경북대 교수 금속활자 12점‘증도가자’확인 발표 △2010. 9. 2 : 다보성고미술관‘증도가자’공개회 △2010. 9. 3-10.15 : 다보성고미술관 특별전시 △2010. 9. 7 : 이상주 중원대 교수 서법적 분석 통해 반론 제기 △2010. 9.10 : 이 교수‘증도가자≠번각본 증도가’기자회견 △2010.10.24. : 이 교수 2차 반론 제기 △2010.11. 5 : 남 교수 한국서지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서 금속활자 먹 탄소연대 측정 근거로 1300년 직후 주장 △2010.11.19. : 남 교수 서지학회 추계 학술발표회서 ‘동국이상국집’도 ‘증도가자’로 인쇄 주장 △2011. 6.17 남 교수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완 책임연구원 국제학술대회서 ‘증도가자’가 ‘직지’보다 138년 앞섰다고 재확인 △2011. 9.20 : 문화재청 국정감사서 증도가자 문제 제기 △2011.10. 6 : 증도가자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2011.10.28. : 국립문화재연구소 주관 증도가자 전문가 자문회의 △2012. 2. 8 : 청주대 김성수 교수 국제학술회의서‘남명천화상송증도가’, ‘상정고금예문’, ‘동국이상국집’ 증도가자로 인쇄 주장 △2013. 7 : 다보성고미술관 금속활자 ‘증도가자’ 유물 공개 △2014. 6-12 :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학계 전문가 의뢰 △2015. 2 : 국립문화재연구소 경북대 산학협력단 조사 의뢰 결과 금속활자 109개 중 62개 ‘증도가자’진품 확인 △2015. 2.12 :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증도가자’ 국가지정문화재 등록 여부 심의 예정 △2015. 6. 4 : 동산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회‘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1차 회의 △2015. 10. 27 : 문화재청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증도가자’위작 관련 공식 입장 발표 △2015. 10. 31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증도가자’위작 확인 발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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