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을 대표하는 원림(園林)인 심원정(心遠亭)이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증되면서 심원정의 문학적 가치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칠곡군 동명면에 있는 심원정은 기헌(寄軒) 조병선(曺秉善·1873-1956) 선생에 의해 1937년 지어졌다최근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기념물기금(World Monuments Fund)은 심원정을 내년 세계기념물감시(World Monuments Watch) 50곳(36개국)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원림이란 인공의 정원과 달리 자연에 약간의 인공을 가해 정자를 짓고 나무나 꽃을 심어 가꾼 공간이다. 일제강점기때 건립된 2378㎡의 작은 공간이지만, 누정(樓亭)문화가 주로 발달된 영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원림으로 손꼽힌다. 심원정은 경사지에 터를 닦아 정면 3칸과 측면 3칸의 T자형 건물을 세우고 그 주변에 토석담을 돌려 정자를 만들었다. 정자 주변에 인공 연못과 숲을 조성하고 각각의 인공물과 주변의 자연물에 표지석을 세우거나 각자했다. 심원정의 건립기록인 심원정수석기(心遠亭水石記)에는 실내의 5곳과 실외의 인공 및 자연공간 20곳을 정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기헌 선생에 의해 실내·외 25곳을 시로 지은 심원정 25영(心遠亭 二十五詠)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심원정 명칭은 도연명의 시 음주(飮酒) 중에 심원지자편(心遠地自偏·마음이 욕심에서 멀어지면 사는 곳 또한 저절로 외딴 곳이 된다)에서 따온 것이다.심원정은 기증에 따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자산으로 영구 보전되지만, 관리는 기헌선생기념사업회가 계속 맡는다.기헌선생기념사업회는 오는 31일 송림사 앞 심원정 고택에서 ‘심원정 고택음악회’를 연다.‘심원정 고택음악회’는 이곳 출신의 유학자인 기헌 조병선 선생과 “내가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은 영원한 내 것이 아니고 잠시 관리자”란 그의 사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헌국악예술단(예술감독 박세홍) 창단을 기념해서 만들어진 행사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국악 행사 중 하나다.음악회는 ‘달빛젖은 우리가락’이란 제목으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조오현 기헌선생기념사업회장은 “심원정은 세계기념물기금의 기념물감시 목록에 등재된 한국 최초의 사례”라며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공동으로 심원정의 유지와 원형 복원에 협력하고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