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일 취임 후 첫 한·일 정상회담은 예정시간을 20분 가량 넘긴 100분 동안 진행됐다.이날 녹색 재킷을 입고 나온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께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짙은 감색 정장 차림의 아베 총리를 직접 영접했다.청와대 본관에 들어선 아베 총리는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 박 대통령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다.이어 두 정상은 백악실로 자리를 옮겨 오전 10시5분부터 11시5분까지 1시간 동안 단독회담을 가졌다. 당초 오전 10시10분부터 30분 동안 진행키로 돼 있었지만 예정시간보다 두 배 가량 길어진 것이다.◇朴 대통령, 위안부 문제 완전한 해결 위한 담판짓기 나선 듯 청와대에 따르면 단독회담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뤄졌다. 단독회담에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외에 양국 외교·안보 라인의 극소수 관계자만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단독회담이 길어진 것도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놓고 양측이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앞서 박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29일 일본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올해 안에 위안부 문제가 타결돼 이 분들의 상처가 치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 시점을 `올해 안`으로 못박았다.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일본 정부가 그에 맞는 치유와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해 위안부 문제 해결이 한·일 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했다.이에 따라 이날 단독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담판짓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일(對日) 기조를 잘 알고 있는 아베 총리도 박 대통령의 요구에 일정 부분 호응하면서 양국 간 접점을 모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양국 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전했다.특히 두 정상은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데 합의했다.단독회담이 끝난 후 두 정상은 곧바로 집현실로 자리를 옮겨 오전 11시7분께 확대회담에 들어갔으며 오전 11시45분께 모든 회담을 끝냈다. 당초 예정된 일정은 오전10시10분 단독회담, 오전 10시40분 확대회담 등 총 1시간20분의 일정이었지만 단독회담이 길어지면서 전체 회담 시간도 20분 연장됐다.확대회담장에 두 정상이 밝은 표정으로 입장했다는 점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단독회담에서의 결과 도출에 공통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확대회담에는 우리측에서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왼쪽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병기 대토령비서실장, 김성우 홍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가 앉았으며 오른쪽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흥수 주일대사,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문승현 청와대 외교비서관이 앉았다.일본 측에서는 아베 총리의 왼쪽에 하기우다 관방부 장관, 야치 NSC 국장, 하세가와 총리보좌관, 아사카와 재무성 재무관 등이 배석했으며 오른쪽에는 기시다 외무대신, 스기야마 외무심의관, 벳쇼 주한대사, 이시카네 아시아대양주 국장, 우에다 경제산업 심의관이 자리했다.박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 어린 회담이 돼서 앞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의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또 박 대통령은 "일본에도 한·일 관계는 진실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는 `성신지교(誠信之交)`를 말씀하신 선각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외교에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을 한다"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통한 양국 간 신뢰구축에 방점을 찍었다.◇아베, 역사문제 언급 회피 그러나 아베 총리는 전날 한·일·중 정상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사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대신 그는 "저는 지금까지 50년 간의 일·한 관계 발전의 걸음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것을 토대로 미래지향적인 일·한 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님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며 미래지향적 관계에 무게중심을 뒀다.아베 총리는 또 "저는 예전부터 이런 관계를 개선하고자 생각해 왔다. 그러기 위해서 정상 차원에서도 솔직하게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저는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얘기해 왔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측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했다.청와대는 이번 회담 분위기에 대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견교환 기회를 가졌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번 회담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취임 이래 처음 개최된 한·일 정상회담이자 수교 50주년, 광복 7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에 개최된 것"이라며 "그동안 정체돼 온 양국 간 과거사 관련 현안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진지하게 모색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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