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대접해야 빛난다. 특히 작품은 더욱 그렇다. 연출력도 사물의 가치를 올리는 힘이다.서울 경운동 수운회관 다보성갤러리 1, 2, 3, 4층에 전시한 ‘광복 70주년 기념 한국 고미술 특별전’은 타이틀만 거창하다.감탄보다는 우려스런 탄식이 터진다. 관람객들은 불안하다. ‘깨지면 어떡하지’와 ‘가방, 조심해야지’라는 말을 먼저 쏟아낸다. 전시는 ‘동네시장 좌판’처럼 열렸다. 수백점의 도자기와 그릇들이 유리관도 없이 나란히 진열됐다. 주최측인 사단법인 한국고미술협회는 보물급과 문화재급에 버금가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민낯으로 등장한 작품들은 조명도 없어 초라해 보인다. 애지중지한 흔적은커녕, 얼굴도 안 씻기고 학교에 보낸 모습이다.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은 “조상의 얼과 멋이 담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며 “이번 특별전은 한국고미술협회 회원과 개인이 소장한 고미술품으로 구성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고미술품 전”이라고 밝혔다.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왕실 및 사대부 계층이 즐겼던 청자와 백자, 서민들이 즐겼던 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2000여점이 전시됐다. 주최측이 “국내 어느 박물관의 컬렉션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작품들이 많다”고 했지만 수천점이 쏟아져서인지 비교불가다.삼국시대 금동입상, 금동여래삼존불, 청자철화금채역상래불상, 금동석장두식, 백자청화매죽조문병, 임진왜란 이전에 대마도가 한반도로 편입되었다고 기록된 경상도 일대 고지도 등 희귀작들이 눈에 띄지만 존재감을 발하지 못한다.가짜가 판을 치는 시대, “이번 전시에 가짜는 없다”는 김 회장은 “60여명의 감정위원이 엄선한 작품들이 전시됐다”고 설명했다. 소개된 작품의 90%는 판매도 한다고 했다. 광복 70주년에 맞춰 일제강점기 문화재도 선보인다. 3·1만세운동 진압 단체를 결성한 이진호, 을사늑약의 강제성을 세계에 폭로하려 했던 이준, 명성황후의 조카로 개화를 주도했던 독립운동가 민영익,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인 기독교 민족주의자 김병조, 일제의 남작 작위를 거부하고 은거했던 윤용구, 조선 최후의 왕인 고종의 배 다른 두 아들인 의친왕 이강,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 ‘세한도’를 일본에서 구한 손재형의 서예와 고희동, 채용신, 이응노 등 근현대 유명화가들의 그림도 걸렸다.한편 전시 개막일인 3일 오전 이정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전시장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관람은 무료. 02-732-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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