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오래 쓸 수 있는 대용량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커피 업계에서도 한 잔에 1리터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장기 불황 속에 가격과 품질을 넘어 ‘양’으로 승부하는 업체들이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사용하던 350ml 짜리 사이즈를 약 600ml 사이즈로 키운 ‘더벤티(THE VENTI)’와 ‘빽다방(PAIK’s COFFE)’ 등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커피와 디저트 음료 양은 두 배나 커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절반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밥 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먹기 꺼려했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리게 만들었다.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는 약 1리터짜리 용기를 전 메뉴에 적용한 업체도 등장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은 기존 대용량 커피 프랜차이즈와 같지만 양은 약 1.5배가 늘어났다. 커피 한 잔을 1리터 짜리 용기에 담아 제공하는 ‘더리터(THE LITER)’는 부산대학교 지하철 역 인근에 1호점을 개장한 뒤 3개월 만에 약 20건이 넘는 가맹점 계약을 성사시켰다. 업체는 부산지역 대학가 주변과 상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해 전남 광주, 충남 천안 지역에도 자리잡았다. ‘더리터’는 양과 가격뿐 아니라 품질에서도 신뢰를 얻기 위해 “재료비를 높여 고급 원료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대신 유통 단계를 최소화 시켜 이윤 구조를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에 둔감해진 소비자가 음료를 과다 섭취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성호 동아대학병원 건강증진과 교수는 “사람은 음식을 먹을 때 ‘그릇’ 또는 ‘용기’에 따라 인지하게 되는데 그 안에 담긴 ‘양’에 대해서는 둔감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고 카페인이나 고열량 음료를 오버사이즈로 너무 많이 마시면 자신도 모르게 과다섭취를 하게 되고 이는 비만 또는 카페인 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용량 음료 업체 직원은 “대용량 음료를 남기지 않고 주변 사람과 나눠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 작은 용기와 얼음을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며 “하지만 생각보다 고객들이 1인당 한 잔 씩 구매해서 마시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속파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그램당 가격’과 성분을 살핀다. 이같은 소비 심리를 공략한 기업들은 ‘짐승용량’, ‘벌크용량’ 등의 문구를 딴 과자류, 유제품, 화장품 등을 쏟아내고 있다. 같은 가격에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거나 오히려 싸게 판매되는 ‘대용량 제품’이 인기를 얻는 현상이 나타나자 소비자 단체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나 판매가 이뤄지는 건 아닌지 잘 따져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용량 제품을 내놓게 되면 생산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로 소비자들이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원가에 소비자 가격이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거나 이윤을 독점했던 구조 체계를 역설적으로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감시체계를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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