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윤태호의 미완결 웹툰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이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주연 영화로 재탄생했다. 정치, 언론, 재벌, 조직폭력배의 세계에 있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의 부패와 비리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본 원작과는 다르다. 영화는 검찰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그 메커니즘을 통제하려는 기득권자와 그들의 기득권에 반기를 든 남자들의 욕망과 희망의 드라마로 완성했다.권력자들의 뒷일을 처리해주다가 그들에게 버림받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와 ‘빽’도 족보도 없어 늘 홀대당하는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양대 축이다. 성공 때문인지, 정의 때문인지 모호하나 나쁜놈 잡기에 혈안이 된 우장훈은 재벌회장 오현수(김홍파)가 비자금을 조성해 대통령 후보 장필우(이경영)에게 선거자금을 대줬다는 증거를 잡고 수사에 나선다. 유력 일간지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 20년지기인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오현수와 장필우의 일을 봐주다가 그들의 비자금에 얽힌 파일을 입수한 뒤 ‘형님’ 이강희에게 넘기나 이 일이 발각돼 손목이 잘리는 수모를 당하고 복수를 꿈꾼다. 청소년 관람불가로 폭력이나 노출의 수위는 다소 높다. 하지만 올 여름 1000만 관객 영화 ‘베테랑’처럼 기득권을 향해 펀치를 날린다는 점에서 속 시원한 통쾌함이 있다. ‘베테랑’보다 좀 더 복잡한 구조에 적들의 수가 많아 공감의 폭이 좁을 수 있지만 좀 더 현실적이며 좀 더 희망적이다. 내노라하는 남자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배우들의 열연이 스크린을 뚫고 나올 것”이라는 감독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이병헌과 조승우가 엮어내는 앙상블은 기대 이상으로 흥미롭다. 특히 시작부터 폭주하던 영화는 높은 수위의 폭력으로 관객을 다소 지치게 하는데, 검사 조승우와 정치깡패 이병헌이 서로 엮이게 되는 중반부에 이르면 오히려 한결 여유가 있어지면서 웃음도 자아낸다. 그러다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다시 승부수를 띄우는 후반부에 이르면 어떤 희망의 기운이 전해진다.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던 더럽고 부패한 사회에 의리와 정의의 싹이 튼다고나 할까. 그것이 우 감독이 좋아한다고 밝힌 최백호의 노래 ‘낭만에 대해’처럼 그저 대책 없는 낭만일 수도 있겠으나 따지고 보면 희망을 담아낸 ‘베테랑’과 같은 맥락으로 보다 현실적이고 희망적이다.맹활약 중인 중견 이경영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멋있다. 서로 같이 더렵혀짐으로써 더욱 공고해지는 그들만의 연대를 위한 ‘별장 파티’ 장면에서 이경영을 비롯해 백윤식, 김홍파, 그리고 이들을 보좌하는 단역 여배우들의 과감한 탈의에 박수를 보낸다.(근데 수위가 좀 높긴 하다) 이병헌은 스크린 속에서 배우로 존재할 때 더없이 멋진 존재임을 다시금 증명해 보인다. ‘퍼펙트 게임’(2011) ‘복숭아 나무’(2012)이후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조승우는 더없이 반갑다. ‘미생’에서 장그래를 돌봐주던 ‘김대리’ 김대명이 연기한 고 기자는 이 영화의 감초 캐릭터로 짧게 등장해 크게 웃겨준다. 장르적 매력이 풍성한 영화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130분, 청소년관람불가,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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